가수 안예은이 전국의 어린이들을 사로잡았던 ‘문어의 꿈’에 대해 언급했다.
안예은은 지난 18일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네 번째 EP ‘이야기 보따리’ 발매 인터뷰에서 “‘문어의 꿈’이 영유아와 어린이 분들의 인기를 얻을지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2021년 발표된 싱글 ‘문어의 꿈’은 동요 같은 발랄한 멜로디에 바닷속 문어를 화자로 한 가사로 인해 어린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로 인해 안예은은 ‘초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그러나 사실 ‘문어의 꿈’은 깊은 바닷속에 갇힌 문어의 우울함을 표현한 곡으로, ‘깊은 바닷속은 너무 외로워 / 춥고 어둡고 차갑고 때로는 무섭기도 해 / 그래서 나는 매일 꿈을 꿔 이곳은 참 우울해’ 등의 가사가 아이들이 듣기에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다.
안예은은 “문어가 꿈을 꾸면 현실에서 몸의 색도 바뀐다는 이야기를 듣고 쓰게 된 곡이다. 너무 슬픈 얘기라고, 우리 인생 같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고 작업 비화를 설명했다.
이어 “멜로디가 밝긴 하지만 가사가 굉장히 어둡다. 처음에 어린이들이 좋아한다고 했을 때 이유를 1년 넘게 생각해봤다. 그렇지만 누군가 이유를 물어볼 때마다 ‘저도 모르겠어요’ 하고 답하게 되더라”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덕분에 곡의 의미가 바뀌긴 했다. 원래는 ‘꿈을 꿔도 밖으로 나갈 수 없어요’ 하는 내용이었는데, 행사에 갈 때마다 어린이들이 너무 신나게 불러주는 걸 보며 ‘나갈 수 없어도 꿈을 꿔요’라고 화자의 입장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어린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은 비단 ‘문어의 꿈’뿐만이 아니다. 지난 2020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납량특집 시리즈도, 큰 사랑을 받으며 ‘안예은’이라는 이름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해준 디스코그래피다. ‘능소화’ ‘창귀’ ‘쥐’ ‘홍련’ ‘가위’는 기존의 설화나 괴담으로 곡을 만들어 오싹하면서도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곡들이다.
안예은은 “제 학창 시절만 해도 납량특집 예능이나 드라마가 많았다. 요새는 그게 많이 사라진 것 같아서 음악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게 초기 의도였다”며, “초반에는 우연히 발견한 주제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많이 알려진 괴담이면서 단순하지 않은 것들을 찾아 자료 조사를 하면서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구의 친구 중에 초등학교 교사들이 있다. 건너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의 ‘반 차트’ 1위가 ‘창귀’라더라. 생각해보면 그만할 때가 그런 설화나 괴담을 좋아할 나이인 것 같다”며 “내용이 조금 무섭긴 하지만, 설화를 들려주는 것이지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노래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좀 더 단어가 세거나 폭력적인 건 쓰지 않도록, 어린 나이의 친구들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납량특집으로 공연 계획은 없는지 묻자 “계획은 있는데 아직 (귀신이) 다섯 분밖에 안 모였다. 열 분 정도는 모여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며, “아마 이런 음악을 만들고 듣는 걸 좋아하는 제 취향도 반영이 돼 있을 거다. 재밌게 작업하는 곡 중 하나다. 벌써 5곡을 발표했는데, 앞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