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덕텔링] 신뢰 시험대에 선 '방산 유니콘' 안두릴의 성장통

2025-12-05

[비즈한국]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친숙한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Palantir)’의 자매 기업이자, 미 방산 업계의 기린아로 꼽히는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라는 기업이 있다.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세상을 꿰뚫어 보는 천리안’이 팔란티어였다면, ‘왕이 휘두르는 검’이 바로 안두릴이다. 피터 틸(Peter Thiel)이 초기 투자를 주도한 이 두 기업은 이름처럼 각각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분야를 양분하며 성장해왔다. 특히 안두릴은 비상장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수조 원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방산 유니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안두릴을 둘러싼 경고등이 켜졌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기며 하와이안 셔츠와 슬리퍼 차림으로 공식 석상에 나서는 괴짜 천재 파머 럭키(Palmer Luckey) 창업자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과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기존 대형 방산업체들의 고질적인 납기 지연과 비용 초과는 외면한 채, 스타트업의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시행착오만을 과장하여 보도한다”며 언론과 애널리스트들을 향해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이러한 격한 반응의 이면에는 안두릴의 무기체계 신뢰성에 대한 잇따른 의문 제기가 있다. 논란의 핵심은 우크라이나 전장과 미군 테스트 과정에서 드러난 기술적 결함이다.

보도에 따르면, 안두릴이 우크라이나군에 공급한 소형 드론 ‘알티우스(Altius) 600’과 정찰 드론 ‘고스트-X(Ghost-X)’가 러시아군의 강력한 전자전(EW) 및 GPS 교란 공격에 취약성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은 2024년부터 일부 전선에서 알티우스 운용을 중단하거나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본토에서의 테스트 결과도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025년 5월 미 해군이 캘리포니아 해상에서 진행한 훈련 도중, 안두릴이 제작한 무인수상정(USV) 12척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해당 수상정들이 표류하며 타 선박과 충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미 공군용 무인편대기(CCA) 후보 기종인 YFQ-44 ‘퓨리(Fury)’는 지상 엔진 테스트 중 이물질 유입으로 인한 기계적 결함을 일으켰고, 요격 드론 ‘엔빌(Anvil)’은 오리건주 시험장에서 추락하며 약 22에이커(약 89,000㎡)를 태우는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이러한 일련의 사고들은 안두릴 특유의 ‘애자일(Agile)’ 개발 방식에서 기인한다. 완벽한 설계를 마친 후 제작에 들어가는 전통적 방식과 달리, 안두릴은 ‘빠르게 만들고, 실패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며, 즉각 개량한다’는 실리콘밸리식 방법론을 고수한다. 파머 럭키는 이러한 실패가 “의도된 개발 과정의 일부이자 필수적인 학습 비용”이라고 항변하지만, 인명 살상과 직결되는 무기체계에서 ‘안전’과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한 속도전은 위험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제는 안두릴의 이슈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주요 기업들이 안두릴과 깊숙이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안두릴과 협력하여 소형 모듈형 무인수상정 개발을 추진 중이며, 대형 무인수상정 ‘모듈형 공격 수상함(Modular Attack Surface Craft·MASC)’ 프로젝트에서도 기술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저가형 무인편대기 및 ‘지상 발사형 바라쿠다(SLB-500)’ 순항미사일 등에서 안두릴의 AI 소프트웨어 기술 접목을 타진 중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안두릴이 이러한 신뢰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제조 역량이 뛰어난 아시아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대만군이 알티우스 드론 훈련을 시작한 데 이어, 12월 4일에는 파머 럭키가 일본을 방문해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과 면담을 갖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는 한국 방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두릴과 한국 기업의 협력은 단순한 MOU(양해각서) 단계를 넘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동 개발(Joint-Development) 단계로 진입할 전망이다. 미국 내에서 제기된 신뢰성 우려는 역설적으로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 방산업체들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신뢰성’과 ‘양산 능력’을 안두릴에 제공하고, 반대로 안두릴의 독보적인 ‘AI 자율비행 기술’과 ‘신속한 프로토타이핑’ 능력을 흡수한다면, 양측은 서로의 약점을 완벽히 보완하는 전략적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파머 럭키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야말로 경쟁사가 원하는 것이며, 비용 효율적인 무기를 망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그의 철학은 혁신적이지만, 전장에서는 작은 결함이 아군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안두릴이 한국 방산의 견고한 제조 노하우와 손을 잡는다면, 그들이 추구하는 ‘압도적인 속도’에 ‘흔들리지 않는 신뢰’라는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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