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그럴듯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림을 그리고, 동영상까지 만드는 세상에서 시를 쓰는 AI가 있다는 건 전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카카오브레인에서 이미 2022년에 시를 쓰는 인공지능 시아(SIA)를 선보였다. 하지만 독자들이 과연 AI가 만들어 낸 시를 좋아하느냐는 다른 얘기다. 사람들은 여전히 사람이 쓴 시를 선호한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럴까?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연구진은 초서, 셰익스피어, 휘트먼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시인 10명이 쓴 시와 그 시인들 문체를 학습한 AI가 쓴 시를 일반인에게 보여주고 인간의 작품인지, AI의 작품인지 구분하게 했다. 놀랍게도 실험 참가자들은 AI가 쓴 시를 인간이 쓴 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AI의 작품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만약 참가자들이 ‘시는 인간이 더 잘 쓴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면 인간이 썼다고 생각한 시에 더 높은 점수를 줬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선호한, AI가 쓴 시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연구자들은 AI의 시는 좀 더 직설적이고 이해하기 쉬웠다고 한다. 참가자들이 시를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심오하고 복잡한 의미를 가진 시를 그저 AI가 만들어 낸 할루시네이션(환각 정보)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AI가 쓴 시는 심상과 감정, 주제를 모호함 없이 직설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유명한 시인들의 작품이 가진 복잡하고 다층적인 의미를 찾아내는 데 별 관심이 없는 평범한 독자들에게는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과거 십대 청소년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던 몇몇 시인들을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이 원한 건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대변하는 시였지, 교과서에 실린 위대한 문학작품이 아니었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