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경기로 손꼽히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 ‘신의 손’ 경기에서 피터 실턴(영국 골키퍼)이 착용한 유니폼이 경매에 나온다. 경매는 오는 2026년 월드컵 결승전 이전에 열릴 예정이며, 예상 낙찰가는 최대 30만 파운드(한화 약 5억 5925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BBC는 22일 “이번 유니폼 경매는 영국의 한 개인 소장가가 의뢰한 것”이라며 “해당 유니폼은 1986년 6월 22일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8강전에서 실턴이 실제로 착용했던 것으로 경매사 측은 사진 매칭을 통해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경기는 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가 왼손으로 골을 넣은 뒤, “조금은 마라도나의 머리로, 조금은 신의 손으로 득점했다”고 말하며 유명해진 바로 그 장면이 담긴 경기다. 이 골은 당시 심판과 중계진 모두 놓쳤고, 마라도나는 그로부터 불과 4분 뒤, 잉글랜드 선수 여러 명을 따돌리며 하프라인부터 돌파한 후 또 하나의 전설적인 골을 터뜨렸다.
실턴이 입었던 이 골키퍼 유니폼은 경기 당시 4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서 착용된 것으로, 경매를 진행하는 그레이엄 버드 경매사의 데이비드 컨버리는 “옷에서 약간의 냄새가 나긴 하지만, 보풀과 올트임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보존 상태가 매우 훌륭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유니폼은 역사적인 순간을 상징하는 유물로, 1966년 월드컵 우승 메달 11개 중 9개를 다뤄본 나로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의미 있는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당시 마라도나의 두 번째 골 상황에서 그를 뒤쫓았던 피터 리드(잉글랜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걸 합치면 상징적인 경기였다. 손을 쓴 골, 두 번째 골, 그리고 마라도나라는 존재까지…”라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바비 롭슨 감독은 이름 기억을 잘 못했는데, 마라도나를 ‘마돈나’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리드는 “그가 나를 지나쳐 원투패스를 주고받을 때까지만 해도, 실턴이 막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중으로 뜨며 손을 썼다. 정교했고, 교활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두 번째 골 상황에 대해선 “글렌 호들이 파울을 당했지만 심판은 넘겼고, 마라도나는 순식간에 달려 나갔다. 잔디도 엉망이었고 구멍 투성이였는데도 그의 터치와 속도는 말도 안 되게 뛰어났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라도나가 그 경기에서 입었던 아르헨티나 대표팀 10번 유니폼은 2022년 소더비 경매에서 당시 기준 세계 최고가인 710만 파운드(약 132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