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철 칼럼] ‘2050 탄소중립’ 달성해도 농업은 안전하지 않다

2025-03-25

2025년 새해 농업계의 신년사 키워드는 ‘농가 소득·경영 안정’과 ‘기후변화 대응’으로 ‘식량안보’를 꼽았다. 지난해 기후변화에 따른 폭우·폭염·폭설 등 일상화된 이상기후가 농민들을 괴롭혔다. 7월초와 9월 중순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고, 역대 최장기간 폭염이 지속했으며, 역대 11월 기준 117년 만의 최대 폭설이 내렸다. 지나친 고온과 강우로 인해 벌마늘, 금배추, 잦은 강수에 의한 과수 탄저병, 장기간 폭염에 따른 벼멸구 피해, 11월 습설 탓에 일어난 비닐하우스 시설물 피해 등 기후위기가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일상화됐다.

우리 농업이 지난해 경험한 이상기후가 비단 지난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하며 2050년이 되면 더 강력히 더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는 정책이 최우선으로 돼야 한다. 남해안을 중심으로 남부는 아열대기후로 바뀌면서 제주지역에서만 생산하던 아열대 과일을 재배하고 있다. 2050년이 되면 기후변화로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고, 작물의 재배 적지가 바뀌며, 새로운 병해충이 발생하고,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려워서 식량 공급에 큰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하다.

우리 인류가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자원 세가지를 들라고 하면 식량·에너지·물이다. 최근 기후변화·인구증가·도시화에 따라 식량·에너지·물이 부족해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에너지와 물은 신재생에너지와 바닷물 담수화로 대체재가 있지만, 식량은 대체재가 없어서 부족하면 누군가는 굶어 죽거나 전쟁과 폭동이 발생하는 식량위기를 촉발한다. 소비하는 곡물의 80% 가까이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기후위기에 따른 식량위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컨트롤타워는 환경부이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과 탄소중립위원회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다. 대부분 정책과 예산이 기후변화 원인 물질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2050 탄소중립’에 집중되고 있다. 2050 탄소중립만 달성하면 우리 미래가 안전할 것으로 착각할까 염려된다.

국립기상과학원의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2050년대 우리나라 평균기온이 3℃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우리 농업은 절대로 안전하지 않다. 농촌진흥청이 기후변화 적응 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농진청장이 탄소중립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

‘2050 탄소중립’은 미래세대의 생존과 관련된 국제적 약속이므로 반드시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세계에서 온실가스 배출 상위 4개국은 중국·미국·인도·러시아로 이들 4개국이 전세계 총배출량의 53.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 선언했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하면서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했다. 인도는 경제 발전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확대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전쟁으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변화할 기후에 적응하는 ‘기후변화 적응’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농업의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국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변화를 기대한다.

남재철 전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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