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김부장 속 ‘대기업’ 노동부 안전감독받아야” [양종곤의 노동 톺아보기]

2025-11-30

“20일 화요일, 여기 동그라미, 동그라미, 가끔 세모도 한 두 개 섞어주고. 다시 동그라미 동그라미. 월 말에 이거 찍어서 자료로 만들어 본사에 보내주면 됩니다. (본사는 보낸 안전점검표를) 잘 안 읽긴 합니다.”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속 주인공인 김부장이 아산공장으로 가 신임 안전관리자로서 업무인수인계를 받는 과정의 대화다. 인수인계를 하는 직원은 김부장도 이렇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안전점검표 주요 항목에 문제없다는 의미로 동그라미를 그린다. 점검표는 현장 안전을 위해 반드시 현장에서 꼼꼼하게 점검해야 할 항목이다. 항목들은 ‘보호복, 보호안경, 보호장갑이 비치됐나' ‘공장 내 장비들은 정상 작동하고 안전하게 설치됐나’ 등이다.

하지만 이 직원은 현장을 꼼꼼하게 살피고 표를 작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직원은 김부장에게 트럭 뒤에 짐을 안 떨어지게 실었나도 확인하라고 조언하면서도 혼잣말로 ‘잘 실었겠지’라고 말한다. 평소 사고가 안나겠지란 안일한 인식으로 안전관리 업무를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20년 넘게 영업 업무만 해오던 김부장도 안전관리가 이 체계로 되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이 직원에게 “100명 넘게 일하는 공장인데 진짜 안전관리를 해야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지적한다. 직원은 “자격증 있으세요, 산업안전”이라고 김부장에게 되묻는다. 김부장이 없다라고 답하자 “그러니까요”라면서 공장에서 개를 키우는 일도 안전관리자 역할이라고 했다. 한동안 현장 작업자들은 김부장의 사고 예방을 위한 지시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드라마란 가상 현실 속이라고 해도 최근 한 드라마의 대기업 안전관리체계가 바닥 수준으로 보일 정도로 묘사됐다.

최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는 이 드라마 속 안전관리직 묘사에 대한 성명을 냈다. 협회는 “안전관리팀장을 한직으로 격하고, 안전관리 업무를 단순 잡역 수준으로 의화화했다”며 “(김부장에게) 안전점검표를 대충 처리하도록 조언하면서 직업윤리도 폄훼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안전팀장의 정당한 지적을 현장 작업자가 묵살하거나 비웃는 장면도 반복됐다”며 “정부가 중대재해 예방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는 시점에서 사회 전체의 안전 의식 제고 노력을 역행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산재와의 전쟁이란 평가를 받을만큼 사망산재 감축을 전면에 내걸었다. 하지만 올 1~9월 사망산재는 45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명 늘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 통계 발표 다음날 긴급 중대재해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일터 안전을 총괄하는 우리 부는 지금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한다”고 현장 사고 예방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부장 드라마 속 대기업은 안전관리체계가 엉망이라 중대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노동부 직원들은 이 드라마 속으로도 가서 이 대기업을 안전감독할 분위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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