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주식이나 펀드 투자를 하는 20~30대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저축을 선호했던 부모나 조부모 세대와 달리 위험자산에 투자해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성향이 청년 세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8일 일본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일본에서 주식이나 뮤추얼 펀드, 채권 등에 투자하는 20대 비율은 2016년 13%에서 지난해 36%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30대 비율도 같은 기간 24%에서 42.5%로 크게 늘었다. 40대(31%→44.4%), 50대(38%→48.5%), 60대(51%→59.2%) 등 중·장년 세대보다 증가 폭이 컸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에서 ‘청년 개미’가 증가한 이유로 몇 가지를 들었다. 그 중 하나가 ‘연금으로 노후를 충분하게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일본 게이오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블룸버그에 “일본의 고령화 사회를 고려할 때 노후에 연금이 충분할 지 걱정돼 투자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지만 “은행 계좌에 돈을 넣어두는 것보다 투자하는 편이 더 좋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2000년대 초 연금개혁을 시작해 보험료율을 18.4%까지 올리는 등 연금 제도를 안정적으로 손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젊은 층 사이에서는 연금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원인은 금융 문해력 교육이다. 일본은 2022년 국가 차원의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당시 만 해도 공식적인 금융 관련 교육을 받은 인구가 전체의 7%에 그쳤던 것에 대한 개선책의 일환이다. 학교 과목으로 금융 수업을 듣고 자란 20대들이 금융 투자에 더 친숙함을 느끼고, 실제 투자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미쓰이스미모토 은행의 야마구치 마사히로 분석가는 “특히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가 겪었던 1990년대 ‘버블 붕괴’의 악몽을 겪지 않았다”며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일본 정부의 주식 투자 확대 유도 등 정책도 ‘청년 개미’의 수가 늘어나는 요인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