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뤽아우프! 기적을 캐낸 파독 광부, 간호사

2025-02-24

“광원여러분, 간호원 여러분 난 지금 몹시 부끄럽고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 후손만큼은 결코 이렇게 타국에 팔려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1964년. 1인당 국민소득이 103달러로 아시아 최빈국였던 대한민국!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의 뒤스부르크 교외의 공회당(타운홀) 에서 진행된 연설의 한 장면이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애국가와 함께 참석한 사람들은 눈물 범벅이 된 역사적인 날이었다.

왜냐하면 처참하게 가난했던 대한민국은 청춘의 땀과 눈물에 젖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 임금을 담보로 1억5천900만 마르크(약 4000만달러) 의 차관을 얻어내며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분들이 한국으로 보낸 송금액은 한국 수출액의 2%에 달했으며, 정부는 파독근로자들의 송금과 독일의 차관을 종자돈 삼아 산업단지 및 고속도로 등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들이 겪었던 애환과 역경, 땀과 눈물은 감히 말로 형언하기 조차 어렵다.

6.25전쟁비극 속에서 폐허가 된 대한민국을 두고 유엔한국재건위원회(UNKRA)의 벤가릴 메논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겠는가 ?” 라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처참하고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어떤가 ? '대한민국' 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전세계 경제 10위권의 위용을 지니며 한강의 기적 역사를 거침없이 써내려갔다. 그러하기에 우리모두는 파독광부 및 간호사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속에서 피어난 보석 같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은가 !.

그렇다면 앞서 이야기한 '눈물의 연설' 이 이루어진 뒤스부르크 공회당을 비롯하여 파독광부,간호사의 위대한 발자취를 기념하는 곳은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 ? 유럽 최대 일관제철소인 티센크루프제철소 아래 허름한 주택가에 자리한 공회당은 60년전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찾아와 파독광부들과 간호사들을 격려한 '역사적 현장' 임에도 눈물의 연설의 기억할 만한 공간조차 제대로 남아있지 않다. 작년 11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쇠렌링크 시장에게 '기념현판' 을 전달했다. 또한 독일 옛 탄광도시인 '에센' 에 위치하고 있는 '파독광부기념회관' 은 파독광부 관련 중요자료와 기념물들이 보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들도 별로 없을 뿐더러,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아 열악하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떠할까? 2020년에서야 그나마 '파독광부간호사법'이 통과 되었으나, 관련 법에는 이들에 대한 지원 및 기념사업들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3년에 개관한 '파독기념관' 이 서울 양재에 있지만 이러한 파독기념관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이 과연 몇 명일까 ? 더군다나 기념관은 평일만 관람 가능하고, 주말과 일요일에는 폐관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것이 선진국 대한민국의 모습이란 말인가? 이역만리 타지에서 생사를 오가며 헌신하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파독 광부, 간호사에 대한 화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하고 부끄럽지 않은가 ! 진정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던 우리들의 영웅이 파독 광부, 간호사라는 사실을 망각했는가 ?

'글뤽 아우프' (파독광부들이 매일 아침 지하갱도에 내려가기전, 서로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나눈 독일어 인사말) 의 외침이 정녕 들리지 않는가?

홍대순 광운대 경영대학원 교수 hong.daesoon@kw.ac.kr

홍대순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