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국무총리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이 현행 납세병마개 제조 시장의 '지정제'를 '등록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실상 과점 체제인 술병 뚜껑 제조시장이 10여년만에 빗장이 풀리면서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무총리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일정 요건을 검토한 뒤 허가·고시하는 '지정제'에서 요건만 갖춘다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록제'로의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그간 술병 뚜껑은 국가에 주세·교육세 등 관련 세금을 냈다는 것을 증명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과세당국이 엄격하게 다뤘다.
국세청이 병마개를 통한 납세 증명제도를 도입한 것은 1972년이었다. 병마개 업체들이 주류 생산업체에 공급하는 뚜껑의 개수만 파악하고 있으면 주류업계의 탈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국세청 직원이 맥주회사나 소주회사에 상주하면서 일일이 출고현황을 점검했다.
술병 뚜껑을 만드는 납세병마개 제조자는 아무나 될 수가 없었는데 그 중 삼화왕관 · 세왕금속 두 업체가 수십년간 사실상 이 시장을 지금껏 독식하는 제조업체로 군림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독식 구조를 차단하기 위해 시장경쟁 활성화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였으나 국세청은 이에 반대해왔다.
주세 보전을 위한 안전장치로 탈세 목적의 위·변조 방지, 안정적 공급 등을 위해 정부의 철저한 관리통제가 필요했기 때문에 규제완화는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술병 뚜껑 제조 업체는 한때 국세청 출신들이 퇴임 후 보장받는 자리로 변질돼 비판이 일기도 했다.
앞서 2010년 정부는 현실적으로 주류 관련 세금의 국세 비중이 2%로 축소된 점을 감안해 사업 영위·시설 등 신청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이후 납세병마개 제조업체가 7곳으로 늘어났지만 '원년 멤버'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은 사용 비중이 현저하게 작은 '플라스틱 뚜껑' 제조업체들이다.
맥주·소주 뚜껑 시장에서 금속과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대 10% 정도로 알려져있다.
한 차례 규제 완화에도 금속 술병 뚜껑 시장에 새 사업자가 진입하지 못한 것은 '지정제' 자체가 가진 불확실성 때문이다. 쇠나 알루미늄 뚜껑에 '납세' 표시를 하기 위해선 일반 플라스틱 병마개에 표시할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시설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 업체 입장에서는 국세청으로부터 지정이 될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특히 당시에도 등록제로의 전환이 일부 논의된 바 있으나 국세청의 반대로 무산 된 바 있다. 지금은 이러한 법 개정 추진으로 비춰볼 때 국세청이나 기획재정부의 시각도 일부 변화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플라스틱뿐 아니라 알루미늄 등 '금속 '술병 뚜껑 시장에도 더 다양한 업체들이 신규 진입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현재 각종 주류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통주 주세 감면 확대 등 지난 7월 세법 개정안을 계기로 이미 발표한 내용 외에도 주류업계와 관련한 여러 개선 사항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혁신단 관계자는 "술병 뚜껑이 시장이 경쟁 체제로 자리 잡게 될 경우 소비자에게도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고 외관상으로 좀 더 개선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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