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이달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신형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했다. 미그-29 전투기에서 신형 공대공미사일과 활공유도폭탄을 발사해 순항미사일과 무인기 표적을 격추하는 훈련이었다. 북한은 훈련에서 2021년 국방발전전람회에서 최초로 외형을 공개했던 신형 중거리 공대공미사일로 보이는 실사격 장면을 처음 공개했다. 북한의 공대공미사일 실사격 훈련은 아직 우리 군이 공대공미사일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신형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개발됐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이른바 ‘불패의 동맹’을 맺은 북한이 그동안 우리가 절대적 우위를 점해온 재래식 전력 분야에서까지 도발 능력을 급속도로 높이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까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동맹의 성격과 주한미군의 역할을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5일 한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미국의 동맹이자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 또는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고 한 발언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주한미군 기지가 미국의 최대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과 맞닿은 최근접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음을 항공모함에 빗대면서 주한미군의 역할이 ‘중국 견제’로 무게 추를 옮길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6·3 대선 이후 출범하는 새 정부는 북러 밀착에 대응해 한미 동맹 격상과 핵 우산 강화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또 주한미군 역할에 대한 미국의 인식 변화를 직시하면서 핵잠재력 강화 등 자강 능력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18일 TV 토론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핵 균형”을 각기 주장하며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한 점은 아쉽다. 대선 후보들은 최악의 안보 위협 상황까지 대비한 자주 국방력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