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비어가는 GC녹십자... '알리글로' 美진출, 반전기회 될까

2024-11-28

지난해 1분기부터 영업활동 현금흐름 마이너스 지속

신약 미국 판매 본격화에 수익성·현금흐름 개선 기대

GC녹십자의 유동성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혈액제제 제품 면역글로불린 '알리글로(ALYGLO)'의 미국 판매를 앞두고 재고자산이 늘어나고 그동안 대내외적 리스크에 실적 부진이 계속된 영향이 컸던 것이 이유로 지목된다. 다만 올해 3분기부터 알리글로의 미국 판매가 본격화하면서 향후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GC녹십자의 연결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951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간(-991억원) 대비 마이너스 폭은 줄었지만 현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영업을 통해 실제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을 기록한 것으로 쓴 돈보다 벌어들인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1,192억원이었던 GC녹십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1분기부터 마이너스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분기 -357억에서 2분기 -477억원, 3분기 -991억원, 4분기 -542억원으로 줄어들었다가 올해 1분기 -624억원, 2분기 -952억원으로 다시 현금 유출이 늘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최근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알리글로의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재고자산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GC녹십자는 그동안 알리글로의 미국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으로도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Primary Humoral Immunodeficiency)에 사용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이다. GC녹십자는 8년만에 도전 끝에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리글로 품목허가를 획득해 올해 3분기부터 현지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알리글로 미국 판매를 앞두고 현금흐름 둔화 요인 중 하나인 재고자산이 1년간 23.2% 늘었다. 올해 3분기까지 GC녹십자의 재고자산은 6,712억원으로 집계됐다.

대내외적 악재에 이익 규모가 축소된 점도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쳤다. GC녹십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고마진 품목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러시아 수출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대형 제약사 중 유일하게 외형이 축소됐다. 지난해 기준 GC녹십자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9% 감소한 1조 6,266억원, 영업이익은 57.6% 줄어든 34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장기화로 대형병원에 공급하는 혈액제제와 백식 등 주력 사업 부문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실적이 부진했다. 상반기 기준 GC녹십자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줄어든 7,742억원, 영업이익은 73.9% 감소한 26억원을 기록했다.

현금 유동성이 나빠지면서 재무구조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9월 말 기준 GC녹십자의 순차입금비율은 47.8%로 지난해 말 35.5%보다 12.3%포인트 늘었다. 순차입금비율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을 동원해 빚을 갚아도 남는 부채가 자본에서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를 나타낸 비율로, 통상 20% 이하를 적정한 수준으로 본다.

GC녹십자의 순차입금 지표가 나빠진 것은 차입금이 늘고 보유 현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올 9월 말 기준 GC녹십자 총차입금은 7,753억원으로 전년 말 6,031억원 보다 1,722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현금 및 예금은 556억원에서 467억원으로 감소했다.

알리글로의 미국 판매가 본격화하고 독감백신, 헌터라제 등 기존 사업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올해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등 향후 현금흐름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GC녹십자는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 20.8% 늘어난 4,649억원, 396억원을 기록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알리글로 미국 판매 순항중으로 향후 수익성과 현금흐름 모두 점차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적 증가에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모두 상승했다. 3분기 GC녹십자 ROA는 -0.82%로 전분기 보다 0.69%포인트, ROE는 -1.45%로 1.55%포인트 올랐다.

실제로 GC녹십자가 알리글로 미국 진출에 거는 기대감은 크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3조원 규모로 세계 최대 시장이자, 국내 약가 대비 약 6.5배 높은 최고가 시장이라 매출과 수익성을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GC녹십자는 올해에는 5,000만 달러(한화 약 670억원)의 매출을 일으킨 뒤 매년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 진출 5년 만인 오는 2028년 약 3억달러(한화 약 4,14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증권가 전망도 긍정적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에만 알리글로 2개월 물량인 약 300억원이 실적에 반영(미국 법인 판매 기준 약 150억원)됐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알리글로 처방 확대는 4분기에도 이어져 미국의 법인 흑자 전환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연결 기준 알리글로 매출액은 약 160억원을 달성하며 성공적인 시장진출을 입증했다"며 "현재 알리글로의 미국 수요가 폭발적이지만 이에 걸맞는 혈액원 확보가 준비돼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해 내년 알리글로 연 매출을 보수적으로 1,548억원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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