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랜드 아니었어? '체성분 분석 대명사' 韓회사의 고민 [비크닉]

2025-12-06

건강검진 날 혹은 헬스장 등록 첫날. 체성분 분석기 위에 서서 발 위치를 맞추고 손잡이를 꽉 잡았던 경험, 한 번쯤 있을 겁니다. 1~2분 뒤면 내 몸의 근육량·지방량·체수분 등이 세세히 적힌 종이 한 장이 출력되는데, 거기에 등장하는 이름이 바로 ‘인바디(InBody)’입니다.

너무 익숙해서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인바디를 유럽이나 미국의 글로벌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인바디는 1996년 대한민국에서 순수 기술로 탄생한 브랜드입니다. KAIST에서 기계공학 석사, 미국 유타대에서 생체공학 박사, 하버드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은 차기철(67) 회장이 ‘몸을 정확하게 측정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기술이죠. 1996년 창립 이래 인바디는 병원과 피트니스 센터는 물론 국가대표 훈련센터, 군대, 연구기관, 기업 웰니스 프로그램에까지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연 매출 2045억원, 110개국 수출을 기록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수많은 헬스케어 기기와 기술 경쟁에서 인바디는 어떻게 ‘체성분 분석’ 자체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을까요. 차 회장은 인바디를 단순 장비 제조사가 아닌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더 나은 건강 습관을 형성하도록 돕는 기준(standard)"이라 정의합니다. 비크닉이 차 회장을 만나 인바디가 걸어온 여정과 앞으로 그리고 있는 ‘건강의 새로운 정의’를 들어봤습니다.

BMI를 넘어 몸을 제대로 읽는 기술을 선보이다

Q. 많은 사람들은 인바디를 외국 기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A. 그 질문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피트니스 센터나 병원에서 먼저 보셨거나, 프로그램이 영어로 표기돼 있어서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인바디는 100% 한국에서 시작된 기술 기업입니다. 다만 제품이 전 세계 110여 개 국가에 수출되고 병원·헬스케어 기관에서 사용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가 먼저 알려진 거죠. 그 오해는 사실 저희에게는 칭찬이자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Q. 인바디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A. 1992년 하버드대 유학 시절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 했어요. 당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체중이나 BMI(체질량지수) 같은 단일 숫자로 건강을 판단하고 있었어요. 저는 이런 방식이 사람의 몸을 너무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건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근육·지방·수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제대로 된 장비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고, 그 질문과 시도가 결국 인바디의 시작이 됐습니다. 생체 전기 임피던스 분석(BIA) 관련 논문을 보면서 이를 구체화 했어요. 이 기술은 인체에 전류를 흘렸을 때 발생하는 전기저항을 측정해 체수분량과 지방량, 근육량 등을 산출하는 기법인데, 이걸 이용해 정확도 높은 체성분 분석기를 생각한 거죠. 기계공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미세 전기 얼마나 잘 통하냐로 지방·근육량 측정 "

Q. 손잡이를 잡고 서 있으면 수치가 나오는데요, BIA 원리가 어떻게 적용되나요.

A.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몸에 아주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 전기가 얼마나 잘 통하는지를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전해질이 포함된 체수분, 즉 소금물은 전기가 잘 통하는데 근육은 물을 많이 가지고 있고 지방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전기 저항이 크면 지방이 많고, 저항이 작으면 근육량과 체수분이 많다고 볼 수 있죠. 인바디는 이 원리를 바탕으로 근육량, 지방량 등을 계산합니다.

Q. 인바디를 잰 후에 어떤 항목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A. 두가지를 확인하면 좋습니다. 첫째는 수분입니다. 체내 수분이 과하게 쌓여 있으면 몸이 부었다는 신호거든요. 인바디에는 체수분 지표가 나오는데, 저희는 세포외수분비 표준을 0.380 정도로 보고 있고 0.390 이상이면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둘째는 몸의 균형이에요. 상·하체, 좌·우가 균형 있게 발달했는지 보는 겁니다. 많은 분들이 체지방률이나 근육량 같은 숫자에만 집중하지만, 실제로는 부종 여부나 몸의 균형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숫자를 ‘한 번’ 보는 것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추세를 보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자주 측정할수록 자신의 생활습관과 몸 상태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게 되고, 그게 결국 건강 변화를 만듭니다.

‘인바디’를 체성분 분석의 표준으로 세우다

Q. 이제는 인바디가 일반 명사처럼 사용되고, 다른 회사 제품도 인바디를 쟀다고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A. 과거에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들어오면서 ‘인바디 체중계’라는 표현이 많이 쓰였어요. 그런데 그걸 굳이 막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체성분 분석 자체를 인바디라고 부르게 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브랜드를 정착시키고, 표준처럼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결국 체지방을 잴 때 떠오르는 이름이 인바디라면 그게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Q. 미국, 영국, 베트남 등에 수출되고 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시장이 있나요.

A. 단연 미국입니다. 많은 분들이 미국이 개방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미군 부대에 인바디를 도입하는 데만 10년이 걸렸어요. 하지만 지금은 육군·해병대·공군 등 거의 모든 미군 부대에 수천 대의 인바디가 설치돼 있습니다. 초기에는 일부 부대에서 시험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했고, 체중이나 BMI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근육량, 체지방량, 부위별 균형까지 관리해야 정확한 체력 평가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인바디의 역할이 점점 커졌습니다. 전 세계 여러 국가의 기관에서 인바디를 사용하고 있지만, 미군이 공식적으로 선택해 도입한 장비가 됐다는 점은 저희에게도 굉장히 의미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Q. 데이터로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에 인바디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A. 앞으로 체성분 분석은 환자 관리에서 굉장히 중요한 도구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부종이 생기거나 심부전이 있는 환자는 몸의 수분 변화를 정확히 관리해야 하고, 암 환자는 영양 상태와 근육량이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요. 이런 경우 체성분 데이터는 의료진이 환자를 판단하는 데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있죠. 인바디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의 가치는 일반 사용자에게도 같습니다. 꾸준히 인바디를 측정하다 보면 몸이 생활습관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걸 알게 되고, 그게 자연스럽게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이 됩니다.

Q. 앞으로 인바디가 어떤 회사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A. 인바디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사람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욱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건강관리에 기준이 되는 회사가 되길 원합니다. “인바디 덕분에 내 몸을 이해하게 됐다”는 말을 듣게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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