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4시즌이 지난주로 막을 내렸지만 투어의 관계자들은 시즌 못지않게 바쁜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해 KLPGA 투어는 국내 평균 시청률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 그런 만큼 주요 선수들의 후원사(메인 스폰서) 계약 협상을 둘러싼 스토브리그에도 큰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어급 자유계약선수(FA)가 넘쳐 난다. 상금 랭킹 톱20에 든 20명 가운데 무려 14명이 올해로 기존 후원사와 계약이 끝나는 재계약 대상자들이다. 투어 선수의 계약 기간은 2년 또는 3년이 대부분인데 올해 계약 만료가 몰렸다.
최대 관심은 윤이나와 박현경. 윤이나는 징계 복귀 후 첫 시즌인데도 우승을 하고 상금왕·대상(MVP)·최소타수상을 휩쓰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시즌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윤이나와 막판까지 대상 경쟁을 벌인 박현경은 시즌 3승에 상금과 대상 부문 2위에 오르면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기량과 상품성을 모두 검증받은 이 둘은 업계에 상징적인 숫자인 계약금(연봉) ‘10억 원’에 도장을 찍을 만한 ‘유이한’ 후보로 꼽힌다.
미국 진출을 추진 중인 윤이나는 다음 달 LPGA 투어 퀄리파잉을 치르는데 퀄리파잉 통과 여부가 후원사 계약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후원사인 하이트진로는 국내 스포츠 마케팅에 집중하는 기업이라 윤이나가 퀄리파잉에 합격하면 결별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미 국내 여러 기업과 해외 기업이 베팅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다.
박현경 측도 일단 기존 후원사인 한국토지신탁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지만 이적 가능성도 있다. 2020년 창단 멤버로 한국토지신탁 모자를 쓴 박현경은 두 차례 재계약을 통해 인연을 이어갔다. 윤이나와 달리 현재로서는 해외 투어 진출 계획이 없어 계약에 관심이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적은 편이다. KLPGA 투어에서 국내 기업과의 최고액 계약은 박민지가 갖고 있는 1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박지영(한국토지신탁)·황유민(롯데)·김수지(동부건설)·마다솜(삼천리)·방신실(KB금융그룹)·박민지(NH투자증권)·지한솔(동부건설) 등은 기존 후원사와 재계약 가능성이 큰 선수들이다. 이 중에는 이미 합의를 마쳤거나 세부 조율만 남긴 선수들도 있다. 기존 후원사와 우선협상 기간이 일률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달이 지나면 이적을 염두에 둔 선수 쪽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LPGA 투어의 한국 군단 중에도 모자의 로고를 바꿀 선수들이 있다. 김효주는 일단 롯데와 재계약이 유력하지만 필리핀 기업 솔레어와 계약이 끝나는 박성현은 새 스폰서를 구하는 중이다. 성유진은 기존 스폰서인 한화큐셀과 우선협상을 벌이고 있다.
고금리와 불황에 올해 스폰서 시장은 검증된 실력자와 유망주 쪽으로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지는 분위기다. 한때는 중위권 선수들을 여럿 보유하는 전략이 유행처럼 번졌으나 지금은 ‘똘똘한 한 명+아마추어 유망주’ 전략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올해를 끝으로 골프단 운영을 아예 중단하는 기업도 최소 3곳이어서 중위권 선수들의 메인 스폰서 찾기는 해를 넘길 확률이 높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아마추어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면 1억 원 수준의 계약금은 보장되는 분위기다. 내년 국가대표 명단이 확정되면 그들을 영입하려는 경쟁이 또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