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스타트업 열전] 독일, 스타트업에 17조 지원하는 'WIN 이니셔티브' 출범

2024-09-23

[비즈한국] 9월 17일 독일 정부는 경제계, 협회, 정책 입안자 및 독일국영개발은행(KfW)과 함께 ‘WIN 이니셔티브(성장 및 혁신 자본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공식 출범했다. 이는 독일 내 스타트업과 혁신 기업을 지원하고, 벤처캐피털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광범위한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번 이니셔티브는 2030년까지 약 120억 유로(17조 원)를 투자해 독일 스타트업의 성장과 혁신 자본 조달 환경을 개선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 재임 후 스타트업 국가(Startup Nation)을 주창하며, 역동적으로 스타트업신을 육성하고 있는 프랑스와 비교해, 독일은 다소 조용하고 묵묵히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WIN 이니셔티브를 통해 독일을 ‘스타트업 국가’로 키우려는 계획을 전면에 발표하자 많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WIN 이니셔티브는 독일 재무장관 크리스티안 린트너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으며, 올라프 숄츠 총리와 로베르트 하벡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이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는 독일국영개발은행(KfW)이 핵심 기관으로서 주요 프로젝트의 조정 역할을 담당하며, 금융 및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요 기업과 협력해 실질적인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WIN 이니셔티브는 독일 스타트업과 경제 전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고, 혁신과 벤처캐피털 시장을 강화할 것이다”라며 스타트업과 혁신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린트너 재무장관 역시 “경제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민간 자본의 유치가 필수적이며,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언급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내의 협력 강화하고 투자자 뒷받침

독일 벤처캐피털 시장은 지난 10년간 급격히 성장했다. 2013년 약 15억 유로(2조 원)였던 거래 규모는 2021년 186억 유로(27조 원)까지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의 후폭풍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2023년에는 71억 유로(10조 원)로 위축됐으나 이는 세계적인 추세로 독일에만 해당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번 WIN 이니셔티브는 이러한 하락세를 반전시키고, 독일이 글로벌 혁신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방면의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대학, 투자자, 기업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신기술을 지원하는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스타트업의 상장 및 투자 환경 개선에도 중점을 두고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제계와 정부는 독일 내 혁신 기업에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KfW는 매년 이니셔티브의 성과를 평가할 예정이다.

WIN 이니셔티브의 특징은 단순히 정부의 정책 발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실제 독일을 이끌어가는 대기업, 주요 기관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실질적으로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는 그야말로 ‘주도 그룹(initiative)’을 구성했다.

WIN 이니셔티브에 참여한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Allianz)의 올리버 배테(Oliver Bäte), CEO는 “벤처캐피털은 우리의 경제 구조 변화를 이끌 기업가 정신을 촉진한다”며 “혁신적이고 기후 친화적인 기술 및 디지털화로 독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 알리안츠는 이미 성장과 혁신 자본 조달에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다른 기업들도 이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AXA 독일의 재무책임자 이리나 부흐만(Irina Buchmann)은 “우리는 미래를 위험이 아닌 기회로 본다. 용기 있는 기업가들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며 “AXA 독일은 정부의 성장 이니셔티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혁신 기업을 위한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그 밖에 미국계 다국적 투자사 블랙록(BlackRock)독일, 독일 대표 은행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와 코메르츠방크(Commerzbank)도 WIN 이니셔티브에 참여한다.

이번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바이에른 연금실(Bayerische Versorgungskammer) 이사회 의장 악셀 우텐로이터(Axel Uttenreuther)는 “다양화는 장기적인 연금 의무를 충족하기 위한 필수 요소이며, 우리는 이미 2007년에 벤처캐피털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했다. 앞으로도 유럽 벤처캐피털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라며 독일 VC 생태계 성장에 기여할 것임을 발표했다.

#‘스타트업 성장해야 독일 경제가 성장’ 인식

WIN 이니셔티브는 독일 내 스타트업의 성장 자본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했다. 매년 300억 유로(44조 원) 이상의 자금 부족을 겪는 독일의 스타트업들이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현재 독일은 성장 자본 측면에서 미국, 영국 같은 선도국에 뒤처져 있으며, 이로 인해 독일의 혁신 능력과 경제 성장이 저해되고 있다는 것이 독일 정부의 분석이다.

이를 위해 WIN 이니셔티브는 지속 가능한 방식과 시장 원리에 따라 스타트업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자 한다. 자본 동원을 촉진하는 주요 전략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초기 자본 공약이고, 두 번째는 자본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확대하는 10가지 주요 조치 패키지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경제계, 협회 및 정부 참여자들이 WIN 선언문에 서명했으며, 재정적 기여와 구조적 지원을 약속했다. WIN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공약에는 직접적인 투자, 추가적인 재정적 지원, 구조적 조치가 포함된다.

먼저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 스케일업, FOAK(First-of-a-Kind) 기술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첫 번째 파일럿 공장 건설 등을 포함한다. 두 번째로는 스타트업을 위한 인프라 제공 및 새로운 투자 수단 개발 등 구조적 조치가 포함된다.

WIN 이니셔티브의 10가지 주요 조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창업 공장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과 기업 및 투자자 간의 협력을 확대하고 혁신적인 창업을 지원한다. 둘째, 성장 및 혁신 자본에 대한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개인 투자자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소규모 투자 펀드의 구조를 강화해 투자 리스크를 분산하고 유동성을 높인다. 넷째, 클린테크 분야의 젊은 기업들이 산업 생산을 확장할 수 있도록 공공 및 민간 자본을 동원한다. 다섯째, 투자자들에게 성장 및 혁신 자본에 대한 전문 지식을 전달하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여섯째, 공공 자금 펀드를 통해 혁신적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한다. 일곱째, IPO/엑시트 조건을 개선해 스타트업이 상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조건을 개선한다. 여덟째, 벤처캐피털 투자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2차 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 아홉째, 투자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해 스타트업 투자를 장려한다. 열째, 소규모 보험사 및 연금 기관이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도록 투자 규정을 완화한다.

한국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독일의 WIN 이니셔티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WIN 이니셔티브는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 많은 국제적 자본을 유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독일과 같은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있어, WIN 이니셔티브의 기회를 활용해 투자 유치와 파트너십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특히 ‘고 글로벌(Go global)’을 외치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한국의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VC들도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투자 기회를 탐색할 수 있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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