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진보 성향 주간지 ‘주간 금요일(사진)’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주도로 추진되는 ‘스파이방지법’을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과거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일본에서 복역하다 숨진 시인 윤동주를 조명했다. 지난 12일 발간된 주간 금요일 1549호는 1945년 2월16일 세상을 떠난 윤동주의 별세 80주년을 기념하는 취지에서 이번 특집을 마련했다. 표지에는 윤동주의 사진이 실렸다.
윤동주는 1943년 7월 치안유지법 제5조 위반 혐의로 체포돼 후쿠오카형무소에서 복역하다 스물일곱 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치안유지법은 일본이 1925년 일왕 통치 체제를 부정하는 운동을 단속하겠다며 만든 법으로, 일본 내부의 사회주의 확산을 막고 조선 독립운동을 탄압하는 데 쓰였다.
근현대사를 전공한 오기노 후지오 오타루상과대학 명예교수는 스파이방지법이 사상을 통제·선별하려 한다는 점에서 옛 치안유지법과 닮았다고 비판했다. 외국 스파이 색출이 목적이지만, 실질적으론 내국인 위주로 사상을 통제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취지다. 오기노 교수는 스파이방지법이 제정될 경우 “법을 운용하는 것은 경찰, 검찰, 자위대다. 그들이 편리하게 확장해석할 수 있다는 것은 치안유지법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민당은 이전에도 스파이방지법과 유사한 법안 제정을 추진한 적이 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 시절인 1985년 제출한 이른바 국가기밀법안이다. 하지만 당시 법안은 법 위반 시 최고형을 사형으로 한 데다, 언론 자유 및 인권 침해 우려로 국민 반발에 직면해 통과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이후 40년 만인 올해 스파이방지법이 일본 정치권의 주목을 받은 건 다카이치 총리의 영향이 크다. 그는 지난 5월 스파이방지법 제정 검토를 당에 제안했다. 이후 자민당 총재 선거 때인 지난 9월 스파이방지법 제정 주장을 폈다. 총재 취임 후 10월엔 일본유신회와 연립정권 출범에 합의하면서 관련 법률을 추진한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담았다.
오기노 교수는 최근 일본 내 배외주의 강화 흐름이 스파이방지법 제정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기노 교수는 한국의 국가보안법도 거론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치안유지법을 모델로 1948년 국가보안법이 제정됐다”며 “일본 통치 시대 치안유지법에 의한 지배 노하우를 계승해갔던 것”이라고 했다.
주간 금요일은 일본 대표 진보 주간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 사례를 처음 보도한 기자 우에무라 다카시가 이 주간지 대표이사를 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