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직업체험관에 ‘유디치과’가? 검증 시스템 ‘구멍’

2024-11-27

경기도의 국립 직업체험관 ‘한국잡월드’. 한해 80만 명이 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방문하는 이곳은 국내 최대의 직업 체험 공간이다. 특히 치과 체험실은 매회 예약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성황이다. 어린이들은 치과의사·치과위생사에 대한 직업 이해도를 높이고, 올바른 잇솔질 방법도 배운다.

하지만 이 치과 체험실이 유디치과와 연계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국립 직업체험관에 입점 기업의 윤리성을 검증할 최소한의 거름망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잡월드는 유디치과와 지난 2019년 3월 손을 맞잡았다. 유디치과는 잡월드 내 어린이체험관에 치과 체험실 설치 업무협약을 맺었고, 같은 해 10월 ‘유디치과 체험실’을 개관하면서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문제는 유디치과가 당시에도 1인1개소법 위반으로 법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유디치과 체험실이 운영을 시작한 2019년은 헌법재판소의 의료인 1인1개소법 합헌 판결이 내려진 해로 의료영리화 반대를 위해 투쟁해 온 치과계로서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된 시기였다.

이후 유디치과에 대한 법적 철퇴와 사회적 지탄이 이어졌다. 유디치과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2020년과 2021년 각각 1심과 2심에서 의료법 위반으로 실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지난해에는 유디치과 설립자인 김 씨가 1인1개소법을 위반해 다수 치과를 소유·운영한 혐의로 기소돼, 최근 1심 판결에서 징역형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잡월드는 유디치과 로고와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치과체험실을 수년간 문제의식 없이 운영해온 것이다. 잡월드의 설립 취지인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건전한 직업관 형성’이라는 문구가 무색해진다.

30대 중반의 한 학부모는 “유디치과의 과거를 전혀 알지 못했다”며 “아이들에게 노출되는 기업은 사회적으로 신뢰할 만해야 한다고 본다. 공공기관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기업과 협약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치과계에서도 해당 치과 체험실이 치과계를 대표하는 듯한 이미지를 적립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한편, 잡월드가 공공기관으로서 외부 협약 기관의 윤리성과 사회적 책임을 평가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치과 원장은 “공공기관이 논란이 있는 기업에 홍보 창구를 제공한 셈”이라며 “치협이 나서서 직업체험관에 참여하는 등 바로잡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공공기관에 입점하는 기업은 단순히 직업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 신뢰와 윤리적 책임을 겸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료법 위반으로 법적 문제와 윤리적 논란에 연루돼 온 유디치과가 입점해 있는 것은 공공기관의 취지와 맞지 않을 우려가 있다. 입점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계약을 넘어 선정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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