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렌식 : 국과수의 세계
3화. 급발진, 그 치열한 공방전
김종혁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차량안전실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단언했다. 국과수는 경찰·검찰·법원이 의뢰하는 차량 사고 감정을 하루 평균 20건꼴로 맡고 있다.
급발진이 의심되는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국과수에 의뢰된 급발진 주장 사고 감정만 최근 5년간 401건이다. 그중 85%는 운전자의 차량 오조작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15%는 EDR(Event Data Recorder, 사고기록장치) 데이터가 없어 급발진과 오조작 중 어느 쪽인지 모른다.
국민적인 관심이 쏠렸던 사고도 있었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 1일 오후 9시26분쯤 서울 도심에서 9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서울시청역 역주행 참사’, 2022년 12월 강릉에서 12세 아이가 숨진 일명 ‘손자 사망 급발진 의심 사고’다.
두 사고는 “급발진 현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높다”는 법원 1심 판결이 각각 지난 2월과 5월 나왔음에도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사고 차량 운전자 나이가 각각 69세, 68세였기에 고령 운전자 운전을 제한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왜 국과수의 손을 들어줬을까. 차량 결함은 없었을까.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건 국과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민간 차량 전문가들도 있어서다. 이런 사설 감정을 근거로 사고 운전자들은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2심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청역 사고 운전자 측 변호인은 2심 재판부에 새로운 사설 감정 결과를 여럿 제출했다.
본지는 그 내용을 입수해 향후 다툴 내용을 따져봤다. 운전자의 신발 바닥에 찍힌 페달 문양에 대한 국과수 감정을 왜 문제 삼는지, 사고 차량 최고 속도였던 시속 107㎞가 어떻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 들었다.

국과수에도 물었다. 사고기록장치(EDR)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 엔진전자제어장치(ECU·Engine Control Unit)가 고장 난 탓에 브레이크 페달이 눌러지지 않았다는 운전자 측 주장이 왜 배척되는지 따져봤다.
이제, 급발진을 둘러싼 그 치열한 논거 싸움 속으로 들어가보려 한다.
〈이런 내용이 있어요〉
📌국과수가 급발진을 한 건도 인정 않은 이유
📌사고 재현, 블랙박스 녹음된 소리와 다르다?
📌운전자 신발 바닥 문양에 남은 페달 흔적은
📌미국서 토요타는 급발진 인정? 절반의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