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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한화 감독은 시즌 구상을 자세하게 밝히지 않는다. 스프링캠프에서 제1목표인 주전 경쟁, 혹은 1군 경쟁을 펼치는 선수들의 의욕이나 투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접전 구역’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 편이다. 시즌 중에도 전력 노출 등을 우려해 최대한 말을 아끼곤 하는 김경문 감독의 정확한 의중은 개막할 때까지 알 수 없다.
타순 구상도 그 중 한 부분이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2차 전지훈련을 지휘 중인 김경문 감독은 최근 연습경기를 치르며 “안치홍도 1번 타자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시즌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1번타자 찾기에 나섰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다양한 선수를 1번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호주에서 진행된 1차 훈련에서는 호주 대표팀과 3경기를 치렀다. 전부 심우준이 1번 타자로 나갔다. 일본으로 이동해서는 4경기를 치렀다. 일본 팀인 한신, 지바 롯데와 경기에서는 이원석이, 국내 팀인 KIA, KT와 경기에서는 이진영이 1번 타자로 출전했다.
김경문 감독은 “나중에는 안치홍도 1번을 칠 수 있다. 여러 생각을 갖고 있다. 타순이란 것이 딱 고정되면 좋지만, 어느 정도 경기(시기)까지는 상대 투수에 맞춰서 라인업을 운영해야 할 것 같다”며 “안치홍도 1번을 쳐본 적이 있다. 다만 그 이전에 다른 어린 선수들이 얼른 자리를 잡아줬으면 한다. 그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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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는 발 빠르고 수비도, 타격도 되는 젊은 선수들이지만 경쟁력을 보이는 선수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치홍을 1번 타자로 기용할 수도 있다는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안치홍은 과거 응원가가 ‘안타 치고~ 도루 하고~’였을 정도로 주루 능력도 어느 정도 갖춘 타자였다. 그러나 두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것은 롯데에서 14도루를 한 2020년이 마지막이다. 그동안에도 타순은 주로 3~6번 타순에서 뛰어 중심타자 유형에 가깝다. 1990년생으로 30대 중반인 안치홍이 1번 타자로 나선다는 것은 한화에 경쟁력을 갖춘 1번 타자가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한화는 지난 시즌에도 확실한 1번 타자를 찾지 못했다. 최인호(155타석), 황영묵(121타석), 요나단 페라자(106타석), 김태연 이원석(이상 83타석), 문현빈(66타석), 이진영(37타석) 등이 출전했고, 그 중 황영묵과 페라자가 시즌 중 취임한 김경문 감독 체제에서는 가장 많이 1번 타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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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1번 타자를 찾는 김경문 감독은 새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도 거론한다. 김경문 감독은 “플로리얼은 1~3번을 모두 칠 수 있는 유형의 타자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1번으로 쓰기는 너무 아깝다. 2~3번에서 그래도 타점을 내줘야 하는 타자”라며 “우리 라인업이 좀 더 짜여지고 플로리얼 앞 타자들의 컨디션이 올라가게 되면 (플로리얼의 자리는) 2~3번 중에서 결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고 입성한 심우준과 새 외국인 타자 플로리얼까지 ‘새 얼굴’들을 고려할 정도로 마음에 확 들어오는 1번 타자가 아직 없는 듯 캠프에서 실전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내야 주전은 1루수 채은성, 2루수 안치홍, 유격수 심우준, 3루수 노시환으로 확정됐다. 외야수는 플로리얼이 맡을 한 자리를 제외하고 현재 모두 경쟁 구역이다. 이진영, 이원석, 최인호, 김태연 등이 경합한다. 개막까지 이제 약 3주, 이 중에서 김경문 감독 마음에 쏙 드는 새 1번 타자가 나와야 한다. 김경문 감독이 굳이 언급한 ‘1번 타자 안치홍’은 어쩌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