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경향] “계엄이라고 하니 왠지 장기화할 것 같았다. 옷을 갈아입으려 집에 가서 샤워하고, 택시 타고 국회로 향했는데 노들길부터 쫙 막혀 있는 것이다. 차가 한 10분 막혀 있으니 안 되겠다, 걸어 올라가자 해서 국회 앞에 도착하니 12시 50분쯤이었다.”
지난 4월 말 기자를 만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의 말이다. 그가 계엄 소식을 들은 것은 서울 강남의 한 술자리에서다. 국회 앞에서 경찰에 막혀 경내 진입을 못 한 그는 국회 안에 있던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전화해 의원 집결 상황을 물었다. 처음 157명에서 최종적으로 그가 들은 의원 숫자는 170명이었다.
“‘우선 표결은 되겠네. 나는 밖에서 항의할게’라고 답했다. 당시 상황이 국회의원은 저와 안상훈 의원(국민의힘 비례 초선), 그리고 민주당 의원 한 명, 우리 당 이주영 의원 등 넷이었다. 대치 중인 경찰기동대도 다른 의원들은 잘 못 알아봐도 내 얼굴은 알아보는 눈치였다. ‘니네들 다 현행범으로 체포된다’고 엄포를 놓으니 동요하는 듯했다.”
당시 “시끄러 인마” 발언은 누구에게 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천하람 의원실에 제일 친한 보좌관이었다. 그게 1시 20분이다. 이미 투표가 끝난 다음이었다”고 했다. 이 의원의 이 발언은 현장 영상에 포착돼 논란이 지속됐다. “다른 의원들처럼 담 넘어 들어가면 된다”고 충고하는 시민에게 그가 욕설을 했다는 것이다. 계엄 해제의 진정성보다 언론에 노출되는 모양새만 더 신경 쓴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이 후보의 답은 그 시점엔 이미 해제투표는 끝나 담 넘어 들어가는 것은 무의미했다는 주장이다.
“결국 국회 본관에 도착한 건 계엄 해제 의결안이 통과된 후인 1시 51분이었다. 뭔가 초현실적인 분위기였다. 국민의힘 쪽으로 갔더니 서범수 의원이 앉아 있었다. ‘의원님 어떻게 되었어요’ 묻자 서 의원은 ‘대표님, 나는 우에 해야 합니까?’ 되물었다. 김재섭 의원에게 가서 ‘재섭아, 이거 뭐 어떻게 된 거야. 설명해봐’라고 하니, ‘형, X됐지 뭐’라고 답했다.”
대선후보들의 12·3 당일 행적
이번 조기 대선의 직접적 원인은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의 불법 계엄이다. 5월 11일 후보등록 마감 후 후보자 간 토론에서 그날 각 후보의 입장이 뭐였는지, 이후 진행된 일련의 상황에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최근 펴낸 책 <결국 국민이 합니다>에서 그날 밤 자신이 취한 행동과 동선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계엄 직후 그에게 첫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이었다. 최고위원과 주요 당직자 22명이 모여 있는 텔레그램 단톡방에 천준호 의원이 “지금 국회로 모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시간은 계엄 선포 1분 뒤인 10시 29분이었다. 이 후보가 아내가 모는 차를 타고 인천 계양 집에서 여의도 국회로 출발한 시간은 10시 40분경이다. 국회 3문 근처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55분. 국회 담을 넘자마자 의원회관 쪽 숲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 “군인과 경찰의 눈에 띄면 모든 것이 수포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그는 책에서 밝히고 있다.
“저는 계엄을 막으려고 직접 먼저 국회에 들어갔지만, 이재명 후보는 잡혀갈까봐 1시간 동안 숲에 숨어 있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한동훈 전 대표의 주장이다. 지난 2월 펴낸 <국민이 먼저입니다> 책과 그 후 당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를 겨냥해 되풀이한 이야기다.
“자기도 무서워서 원래 국회의원 아니면 못 들어가는 국회 본회의장에 박주민 의원 도움받아 들어가 있던 거 아니냐. 거꾸로 묻고 싶다. 이재명이 숲에 숨어 있었다면 당신은 본회의장에 숨은 것 아니냐.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정치도의에 어긋난다.” 김유정 전 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이재명 후보가 낸 책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이 후보는 책에서 계엄 당일 민주당 의원은 해외에 나가 있던 5명을 제외하고 165명 전원이 계엄 선포 한 시간 반 만에 ‘한 명도 예외 없이’ 국회에 달려왔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날 계엄 해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민주당 의원은 17명이다. 주간경향 확인 결과 이날 해외에 체류 중인 의원은 네팔 방문 중이었던 이기헌, 전재수 의원 그리고 국회 국방위 차원에서 일본 UN사 후방기지 방문 중이던 추미애 의원 등 세 사람이다. 2명이 빈다. 이 두 사람은 누구였을까.
주간경향은 투표에 불참한 17명 의원을 전수 조사했다. 한 시간 반 만에 한 명도 예외 없이 국회에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 예컨대 양문석 의원이 자신의 SNS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경남 김해에 있던 그가 국회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 30분 경이다(표 참조). 이재명 후보 측 관계자는 “당시 원내 기록을 확인해보니 해외 출장은 3명이고, 출석 체크된 분은 167명이었다”며 “계엄 해제 의결 직후 의원총회가 열렸고, 비상상황이다 보니 총회가 길어졌기 때문에 의원들 도착시간은 체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덕수의 내란 1시간 ‘침묵’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를 한 뒤 저는 대통령께 가서 즉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고 대통령도 수락했다. 그 전에 저는 국무위원들을 다시 용산에 소집했다.”
5월 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 나온 한덕수 전 총리의 말이다. 사실이 아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경찰 조사 기록에서 그는 정진석 비서실장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12월 4일 새벽 2시경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에게 국무위원 소집을 명령한다. 정부서울청사에 있던 그는 2시 10분에 나와 대통령실로 이동해 2시 30분쯤 도착한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새벽 1시 3분부터 1시간 동안 그의 행적이 묘연하다. 한 후보 캠프 측은 이 문제에 대한 주간경향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계엄 선포 당시 오라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대정부 질의 때 “계엄을 막지 못한 것에 일어나 사과하라”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 질의에 홀로 자리에 앉아 사과를 거부한 일로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구여권은 ‘탄핵 반대’가 기조가 됐다.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공동책임론, 그러니까 ‘민주당도 줄 탄핵으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까지는 와 있었다.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의 출마로 그 기조는 헌재 결정 존중에서 비상계엄이 정당했다는 쪽으로 넘어간 것이다.” 김철현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후보가 되지 않으면 내란 특검의 1차 대상이 될 수밖에 없으니 필사적이 된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면 이후 선거에 져도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대선후보도 못 된다면? 전직 총리로 출마한 것이 무책임하다는 비난뿐 아니라 새 정권 출범 후 내란 특검이 시작되면 직접적인 조사대상이 되고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평론가가 풀이한 한덕수 권한대행의 갑작스러운 사퇴와 출마 미스터리다.

단일화 내홍 국민의힘, 대선 후 당권이 목적?
신용한 서원대 전 석좌교수는 후보 단일화를 두고 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내홍은 “박근혜 탄핵 후 2017년 대선 상황의 판박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얼떨결에 경남지사였던 홍준표가 대선후보가 돼 당무 우선권을 세게 써서 대선 후 바로 당대표가 됐다. 김문수는 그걸 잘 안다. 친윤 당권파는 해임하면 그만이다. 당헌·당규, 시간, 돈 모두에서 김문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거기에 전광훈 세력과 유튜브가 있다. 극우 유튜브는 편드는 걸 좋아한다. 김문수가 당권을 장악하면 밥벌이가 나오니까.”
그러나 예상은 깨졌다. 최종 후보등록을 앞두고 상황은 급반전했다. 5월 10일 새벽 국민의힘은 당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문수 후보의 후보자격을 취소하고 무소속 한덕수 입당·후보 재선출 과정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최종 결정은 5월 11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이뤄질 예정이지만 김 후보 측의 강력 반발로 진통이 예상된다.
결국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 안팎의 내홍은 대선 승리가 목표가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권을 누가 장악하느냐를 두고 벌이는 혈전이라는 분석이다.
“내란 특검은 반드시 해야 한다. 수괴가 파면되고 형사재판 받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김유정 전 의원의 말이다.
“내란에서 김태효의 역할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윤석열 정부 3년의 등장인물 행적을 살펴봐야 한다. 포고령을 실제로 김용현이 작성했는지, 장관들에게 나눠준 한 장짜리 페이퍼는 누가 작성했는지 놓치고 있는 것이 많다. 모든 걸 낱낱이 밝히지 않으면 내란 주요 종사자·방조자들에게 ‘뭉개고 가도 별일 없구나’ 하는 면죄부를 준다. 내란 세력은 흔적 지우기에 여념이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바로 내란 특검을 통과시켜 단죄해야 한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전·현직 정치인, 정치평론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