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업스타즈] “웹툰의 애니화? 지금이 시장 최적기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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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공대생이었다. 만화가 좋았다. 자퇴를 하고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로 재입학 했다. 한순간에 공대생이 미대생이 됐다. 졸업 후엔 개인사업자를 냈다. 선후배 동기들과 지하 창고를 하나 빌려 스튜디오를 차렸다. 워너브라더스나 디즈니와 같은 곳의 애니메이션 OEM 일을 거의 10년 간 했다.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관절의 움직임을 만들어주는 ‘컷아웃’ 기술을 배우면서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신기해 했던 것도 한 때. 말레이시아와 같은 동남아시아 시장의 가격 경쟁에 밀려 사업을 접어야 했다. 내걸 만들고 싶어 자체 창작 애니메이션에 도전했다. ‘에어로보’라는, 세계 최초 드론 스포츠 애니메이션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지만 세상이 돕지 않았다. 그해, 사드 배치로 중국 투자가 무산돼 버렸다. 그간 모은 돈을 모두 쏟아부었지만, 애니메이션 경력 15년에 결국 남은 건 빚 뿐이었다.

이제 우울한 이야기 끝. 왜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2전 3기를 잘해서다. 올 연말, 넷플릭스에서는 ‘마왕의 딸로 태어났습니다’라는 애니메이션이 개봉한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이 애니를 투니모션이라는 국내 스타트업이 만들었다. 앞선 이야기의 주인공, 조규석 대표의 세 번째 창업이다. 이번에는 햇볕이 꽤 잘 들 것으로 보인다. 왜냐, 이 회사의 ‘웹툰-> 애니메이션 전환’ 기술이 올해 컴업 2024의 최고상인 ‘베스트 컴업 스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조 대표의 수상 소감은 “두 번 떨어지고 세번째 도전에 끝까지(최고상) 왔다. 역시 재도전이 짱이다”이다. 무려 1208개의 도전 기업 중에서 투자 심사역들이 세 손가락 안에 꼽은 그런 회사가 됐다. 여기서도 2전 3기다. [관련기사: 올해 컴업을 흔든 10명의 혁신 창업자들]

짧게 설명하자면, 투니모션은 아직 영상화 하지 않은 웹툰을 발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OTT에 공급하는 콘텐츠업사이클링 기업이다. 애니메이션은 익숙한 콘텐츠이나, 제작 비용과 시간 등의 문제로 국내에선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투니모션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드는 돈과 시간을 줄이는 법을 들고 나왔다. 때마침, 공급만 해결된다면 애니메이션을 틀겠다는 OTT 플랫폼도 많아졌다. 이 시장에, 투니모션이 어떻게 빠르게 콘텐츠를 공급하고 성장하겠다는 것인지, 조규석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고상을 받았는데, 파티는 했나?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 됐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서류에서 두 번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됐다(웃음). 그래서 끝까지 가보자 했더니, 어떻게 잘 됐다. (그간) 회사 직원들이 너무 고생해서 같이 맥주 한 잔 하고 헤어졌다.

컴업에 나온 게 도움이 됐나?

네트워크도 많이 쌓았고, 회사를 많이 알릴 수도 있었다. 투자자를 많이 만났고, 멘토링도 받았다.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투니모션은 어떤 일을 하나?

웹툰 기반 숏폼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개발한다. 코로나 이후에 OTT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이 플랫폼 간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이때 주목받기 시작한 콘텐츠가 웹툰이다. 웹툰이 인기가 있다 보니까 요즘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의 단골 소재로 쓰이고 있지 않나. 한국에서 1년에 나오는 웹툰 작품 수만 2만 편이다. 그 중 신규 작품의 수도 3200편 이상이고. 그러나 정작 영상화되는 웹툰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웹툰들을 발굴해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OTT에 서비스하는 콘텐츠 업사이클링 기업이다.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은 기존에도 있는데, 어떤 부분에서 기술이나 사업적 차이가 있나?

한 편당 4분을 넘지 않는 숏폼 시리즈를 50화, 70화씩 아주 빠르게 제작해서 OTT에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좋은 웹툰들 애니메이션화 되지 못하는 배경에는, 제작 환경이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은 매우 노동집약적이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우리는 디지털 컷아웃이라는 기술을 최적화해서, 제작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80% 이상 줄였다. 웹툰에 있는 그림 외에 더 이상의 그림을 그리지 않기 때문에 시간 절약이 가능하다.

기존에도 웹툰을 애니로 빠르게 만들려는 시도는 있었다. 다만, 애니라기보다는 스틸컷이 움직이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걸 무빙툰이라고 한다. 처음에 우리도 무빙툰과 같은 제작물을 외주로 의뢰 받아 작업했다. 그때 무빙툰의 한계를 분명히 느꼈다.

어떤 점에서 그렇나?

일단, 무빙툰에는 말풍선이 살아있고 그 안에 대사가 들어가지 않나. 캐릭터가 움직인다기 보다 슬라이드쇼가 움직이는 것에 가깝다. 그런데,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슬라이드 쇼를 보고 싶어할까? 그렇지 않을 거다. 애니메이션이 더 강조되어야 하고, 캐릭터가 움직일 때 말풍선이 시야를 가리면 안 된다. 여기에 성우들이 맛깔스럽게 연기를 하고, 음악과 사운드를 잘 넣어주고 조금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가깝게 동작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림 수를 늘리지 않으면서 자연스러움을 어떻게 구현했나? 애니메이션은 동작 하려면 그림을 많이 그려 넣어 프레임 수를 늘려야 하는 거 아닌가?

멈춰 있는 그림을 움직이게 만드는 방식을 ‘컷아웃’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관절대로 색종이를 잘라 그 움직임을 위에서 찍는 식으로 동작을 만들어냈다면, 요즘은 캐릭터를 디자인 한 후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인물의 관절 레이어를 분리 시킨 다음, 디지털로 움직여가면서 촬영하는 ‘디지털 컷아웃’ 방식을 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디지털 컷아웃이되, 방식을 더 개선했다. 캐릭터 모델링을 하지 않고, 원화 이미지 자체에다가 관절을 심는 방법을 썼다.

그럼 뭐가 좋아지나?

제작 기간을 확연히 단축할 수 있다. 기존의 공정보다 80% 가량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선 캐릭터의 모델링을 다 해야 하는데, 웹툰 원화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그런 과정을 걷어낼 수 있다. 시나리오를 따로 쓸 필요도 없고, 배경도 안 만들어도 되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애니메이션과 품질 차이가 나진 않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봤을 땐 뭔가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이 보기엔 못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우리 타깃은 애니메이션 마니아가 아니라 일반인이다. 만약, 애니메이션 마니아의 눈높이를 맞추고 싶다면, 고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한다.

슬램덩크 극장판처럼 말인가(웃음)

그렇다! 우리도 그런 애니메이션을 만들 순 있지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훨씬 더 저렴하게 만들어 일반인에 쉽게 공개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타깃 모델이라서다. 그래서 적정선을 유지한다. TV에는 틀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가 나오지만, 그 이상으로 넘어가진 않고 그 이하로도 떨어지진 않는 적정선을 찾아내는 거다.

이런 제작 방식은 웹툰이나 웹소설, 쇼츠와 같은 동영상을 빠르게 소비하는 문화와도 맥락이 맞닿아 있나?

맞다. 콘텐츠 소비가 달라졌으니 (제작 방식도 달라진다). 결국 콘텐츠의 본질은 재미 아닌가. 웹툰 시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지 그림이 좋아서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도 재미가 있으면 사람들이 보는 것이지 화려한 작화만 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재미있는 웹툰을 잘 찾아서 적절히 애니메이션화 한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디지털 컷아웃에 더 맞는 애니메이션의 장르가 있나?

투니모션의 스타일에 맞는 장르는 있다. 예를 들어서 ‘나 혼자만 레벨업’과 같은 톱급 액션물은 잘 맞지 않는다.

(인물의) 동작이 많으면 그렇겠다

그런 작품은 오히려 작화를 강조하고, 3D로 만드는 게 더 맞다. 우리는 스토리텔링이 재미있는 작품들이 더 맞다. 숏폼에 맞으려면 액션보단 스토리텔링이다. 그래서 로맨스 코미디, 로맨스 판타지, 공포 등의 장르가 투니모션의 스타일에 최적화되어 있다. 특히 로맨스 판타지 같은 경우는 복색이 엄청 화려하다. 머리카락도 많고(웃음). 이런 것은 작화가 더 어렵기 때문에 우리처럼 그림을 바로 움직이게 하는 스타일이 더 많다. 그런 부분이 투니모션한테는 최대 강점이다.

컴업스타즈 발표 무대에서 “일본 망가에도 색을 입혀서 내보내겠다”고 말한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인가?

웹툰 시장에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수익성을 최대한 높이려는 (웹툰) 플랫폼에서는 지금 콘텐츠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요즘 웹툰 시장을 보면 약간 레드오션처럼 보인다. 돈을 버는 작품이 나와야 하고, 또 무료로 뿌려버리기도 하니까 매출이 줄어들기도 하고.그런 부분 때문에 우리는 망가 시장도 보고 있다. 망가는 콘텐츠가 정말 다양한데, 지금까지는 정말 대박 작품들만 애니메이션화 됐다. 그런데 이런 작품들을 우리 스타일로 만들 수 있다면 이건 혁신이다. 그래서 테스트를 해봤다. 데모를 만들어 일본 쪽에 보여주는 도전을 해봤다.

반응이 어땠나?

“스바라시(대단하다는 뜻의 일본어)” 정도는 나왔다(웃음).

웹툰의 한계가 국내 시장 규모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이유로 한계를 봤다

그렇다. 시장 자체는 웹툰이 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포화됐으므로 해외로도 많이 나간다. 프랑스도 웹툰으로 들썩거리고 있고 중동이나 미국에서도 웹툰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도 웹툰을 시작했고. 이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으니, 이제 좋은 보물을 발굴해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되는 건데, 그 다음 스텝을 봐야 한다. 우리와 같은 경쟁사는 또 생기지 않겠나? 그럴 때 우리는 한 발짝 앞서서 망가를 준비하는 거다. 정말 좋은 작품이 많다. 다양성도 많고. 이런 것을 우리가 영상화 할 수 있는 권리만 획득할 수 있다면 최고다. 멈춰 있는 이미지 그림을 애니메이션화 하는 데에서는 독보적인 브랜드로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투니모션은 기술을 가진 회사지만 콘텐츠 자체가 좋아야 이 기술도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보는 건가?

맞다. 콘텐츠라는 원석이 상당히 중요하다. (좋은) 원석을 갖고 왔을 때에야 보석을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성과는 어떤가

애니메이션 전문 플랫폼 ‘라프텔’에서, 우리 작품 <너와나의 눈높이>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제치고 1등을 했다. <마왕의 딸로 태어났습니다>는 싱가포르나 중국, 미국과도 계약이 됐고, 12월 20일부터는 넷플릭스에서도 방영이 된다.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

지금까지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까지 투니모션은 판권을 확보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플랫폼에 공급하는 모델을 갖고 있었다). 플랫폼에 의존하는 수익모델을 갖고 잇을 수밖에 없는데, 우리와 같은 숏폼 스타일을 수익화시키는 플랫폼이 그간 존재하지 않았다. 대부분 구독형이기 때문에, 많이 본 퍼센테이지 비례로 돈을 분배 받는데, 그런 면에서 숏폼은 (재생 시간이) 짧기 때문에 불리하다.

그런데 이제 쇼츠나 릴스, 비글루처럼 숏폼 플랫폼들이 나왔다. 숏폼도 유료로 건마다 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 시장에 우리의 시대가 왔다,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 치우쳐 있는 숏폼 시장에서도 지금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고 있고, 연락도 많이 온다.

투니모션을 정의하자면, 제작사에 더 가깝나?

지금은 그렇다. 하지만 앞으로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거라고 본다. 웹툰 회사들이 2차 저작물에 대한 니즈가 크다. 영화나 드라마로 가기 전에도, 애니메이션을 거치는 게 유리하기도 하고.

테스트베드가 되기도 하고

그렇다. 실제로 ‘지금 거신 전화는’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웹소설 원작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졌는데, 지금 웹툰으로도 제작 중이다. 이 웹툰의 파일럿 영상으로 숏폼 애니메이션을 저희가 만들어 지하철 광고를 하고 있다. 이렇게 콘텐츠가 연계되는 지점이 많다보니, 우리가 제작사이면서도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작품을 부스트업 시켜주는 역할이라거나, 공동으로 영화나 드라마 제작을 할 때 우리가 한 부분으로 들어가 미니 애니메이션 시즌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또 다른 콘텐츠를 제공할 수도 있고.

그래서 우리의 역할도 지금은 제작사 베이스지만 결국은 허브나 에이전시 역할로 변화할 것 같다. 최종 목표는 플랫폼이다. 우리와 같은 무빙툰 장르를 이 곳에서 다 볼 수 있는.

컴업 피칭에서 한 심사역이 “말레이시아나 이런 동남아시아에서 네 이게 막 저가로 경쟁이 붙으면 괜찮냐”고 묻던데

상관 없다. 원래 경쟁은 해야 하는 거고, 대신 우리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속도나 품질이 좋다. 동남아시아에서 아직은 이 퀄리티를 낼 수 있는 데가 없다. 오히려 단순 작업이나 시간이 오래 드는 공정을 동남아시아에 맡기고 시장을 같이 확대해 나가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 고민하는 게 있다면?

일단은 투자 유치다. 모든 사업이 그렇지만 돈 들어오는 것보다 나가는 속도가 빠르거든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안에도 돈이 소진된다. 이 시장을 빨리 장악하려는 부분에서도 투자가 필요하다. 선 투자가 이루어져서 빨리 IP도 많이 확보하고 최대한 공격적으로 가줘야 저희가 이제 선두에 설 수 있다. 지금은해외 투자자들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이 기사가 나가면, 아마 영어로 요약정리해서 링크드인에 뿌릴 거다(웃음). 해외에서 많이 연락이 오고 해서, 계속 브랜드를 알리는 게 목적이다. 컴업에 나간 이유도 그래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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