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를 반대하는 입장을 들어보면 디지털 과몰입·문해력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할 때 과연 이런 점들이 문제가 될까요? 저는 '교육의 디지털화'가 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거나 교육의 본질을 더 강화한다고 생각합니다.”
영국 런던 엑셀 전시장에서 열린 'BETT 2025' 비상교육 부스에서 23일(현지시간) 양태회 비상교육 대표를 만났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논란, 디지털 과몰입, 문해력 약화 등 교육의 디지털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 대표는 “지금과 같은 아날로그식 교육 방식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디지털화하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많은 사람이 AI 디지털교과서를 볼 때 AI 여부에 관심을 보였지만, 중요한 것은 교육이 디지털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AI 디지털교과서를 두고 교과서와 교육자료 지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AI 디지털교과서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디지털 과몰입, 문해력 저하 등의 생각만 가지고 정리를 해 버렸다. 요리를 만드는 데 요리를 보지도 않고 맛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해 버린 것이다. 코끼리를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코끼리 뒷다리를 가지고 코끼리가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디지털화다. AI가 들어가냐 아니냐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꿔 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름을 정할 때 AI 디지털교과서라고 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어디에 천착하냐면 AI가 있냐 없냐 여기에 집착한다.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아날로그적인 교육의 방식을 디지털적인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인식의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것이 가져오는 편익과 효율이 뭔가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 없이 기능적인 것으로만 분석되고 있다.
-교육의 디지털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우선, 콘텐츠가 서책형에서 파일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교육 과정이 디지털화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학습 과정의 데이터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수업 과정의 플랫폼화'다. 수업 과정을 시스템이나 플랫폼 방식으로 바꿔서 양방향 형식으로 데이터가 잘 흐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AI 디지털교과서를 두고 교과서가 디지털화된다고만 생각하는데 본질은 수업 방식이 디지털화되는 것이다. 콘텐츠는 그 안에 담아두는 것뿐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AI 디지털교과서에 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아주 표피적인 논의만 진행됐다. 디지털화가 교육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논의하고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교육의 디지털화 전환으로 바뀌는 점은.
△수업을 수업 전, 수업 중, 수업 후라는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면 학생의 수업 참여를 높일 수 있다. 이러닝 방식을 통해 학생이 기본적인 학습을 집에서 해 온다. 5~10분짜리 학습 관련 내용을 미리 보고, 수업 시간에는 모르는 것을 질문한다. 이 단계만으로도 이미 숙제 검사, 예습이 끝났다.
교사가 학생이 무엇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 학생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이 티칭이 아니라 코칭으로 바뀌게 된다. 교사의 역할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되는 것이다. 학생은 개별 맞춤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내가 뭘 모르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학생의 메타인지도 강화할 수 있다. 수업 중 과정형 평가가 가능해 별도의 중간·기말고사도 볼 필요가 없다. 학생이 무엇을 얼마만큼 학습했는지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는지 어느 정도로 집중했는지 다 파악할 수 있다. 그러면 과목에 대한 지식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인성에 대한 것까지 접근해 볼 수 있다.
-한국의 아날로그식 교육 방식의 문제는 무엇인가.
△한국 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는 '잠자는 교실'이다. 실제로 교육의 본질은 학생들이 과정에서 배움에 대한 호기심 늘려가거나 성장한다는 효능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한 교실에서 70% 이상의 학생이 잠을 잔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학생들을 한 공간에 모아 놓고 잠을 재우는데 100조원의 예산을 쓰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습 자발성이 없다는 것, 교사와 학생을 연결하는 것이 언어라는 것이다. 언어는 휘발되어 버린다.
교사의 일방적인 수업방식도 문제다. 현재 한국 공교육에서 교사는 수업을 진도 중심으로 진행해 학생이 수업에 참여할 기회의 제약이 따른다. 수업 시간에 특정 몇 명 학생이 참여한다고 해도, 나머지는 학생은 연결되기 어렵다.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수업과 평가의 시점이 같지 않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교사가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현재는 바로 평가하기 어렵다. 한두 달 뒤에 중간·기말고사를 통해 확인한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는 시험을 위해 학생들을 학원으로 보낸다. 학생들은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점수를 따기 위한 노력을 한다. 학생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이런 상황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런 과정 중에 어떤 문제가 생기냐 하면 학원의 선행학습으로 학생들은 공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해 수업 시간에 또 딴짓한다. 모든 것이 악순환된다.
교사 입장에서는 개별 맞춤형 수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구조적인 문제다. 학생 입장에서는 집중해야 할 필요가 없고, 교사 입장에서는 개별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 이것은 교사의 역량 부족해서도 아니고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고 싶은 의지가 없어서도 아니다. 아날로그 방식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다.
-그렇다면 이런 교육의 현 상황을 어떻게 바꿀 수 있나.
△교사는 전자칠판을 가지고 학생들은 패드를 가지고 수업할 수 있는 구조 즉, 양방향 수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교사가 학생 전체 평가가 가능해지고, 아이들의 현재 수업 이해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양방향 수업을 통해 학생의 학습 데이터뿐 아니라, 평가·행동 데이터 등을 모을 수 있다. 그러면 교사와 학생의 연결고리가 언어가 아니라 데이터가 될 수 있다. 데이터 기반의 양방향 형태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켜야 한다. 이것의 의미는 수업에 아이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고,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면서 잠을 잘 기회를 없애 버리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단방향 수업을 양방향 수업으로 변화시키면 학생과 교사의 연결고리를 언어에서 데이터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 이 데이터를 아이들 관점에서 보면 개별 맞춤화할 수 있다. 교사 관점에서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찾아 코칭의 관점에서 리포트를 만들 수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현재 무엇이 부족한지 확인할 수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디지털 과몰입을 우려한다.
△요즘 아이들은 오장육부가 아니라 오장칠부 즉, 디지털 장기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고 말을 한다. 이미 디지털 디바이스는 우리의 장기 중 하나라고 이야기되는 시대다.
책은 텍스트와 이미지, 인덱스를 넣을 수 있었지만 컴퓨터가 생기고 나서는 책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굳이 왜 이런 것을 교육에 활용하지 말아야 하나. 어차피 세상은 디지털 세상으로 가게 돼 있다. 그래서 요즘은 디지털 전환(DX)을 넘어서 AI 전환(AX)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AI 세상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에 필요한 도구를 빼앗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 고민하고 가르쳐야 한다.
-문해력 저하 우려에 관한 생각은.
△요즘은 숏츠 영상 많으니 아이들이 집중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그건 요즘 아이들의 특성이다. 그 안에 뭔가를 담아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본다. 오히려 많은 내용은 어떻게 짧은 시간에 담을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제는 짧은 콘텐츠에 어떻게 핵심을 넣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이 낮아진 것은 디지털 도구에 노출됐기 때문이 아니라, 한자를 가르치지 않아서다. 우리나라 단어의 80%가 한자어다. 그런데 한글 시대가 되다 보니 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지 않는다. 한글만 배우고 한자를 배우지 않다 보니 한자가 갖는 뜻 자체를 잃어버려 해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학생들이 한자를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의 언어와 소통 능력이 높아질 수 있다. 지식 체계에서 상용되는 한자어 1800자만 가르쳐도 사회, 역사, 과학, 언어 등을 학습하는 데 문제가 없다. 지식 체계에서는 한자를 한글로 풀어쓰지 않는 이상 한자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