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자신을 사랑해보세요

2024-12-22

고통총량 등가의 법칙이라는 재미있는 말이 있다. 즉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양의 고통을 안고 태어난다는 법칙이다. 과학적인 근거도, 통계적인 수치도 없는 말이지만 마음이 허전한 날, 왠지 이 말은 우리에게 위로를 안겨 주는 듯하다. 사람이 늘 같은 모습으로 살 수는 없는 일, 좋은 날이 있으면 힘든 날도 있고, 힘든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반드시 오는 법이다. 그러기에 하늘이 부르는 그 어느 날을 기준으로 본다면 비슷한 크기의 인생 곡선을 그리는 것 같다.

나라가 어수선하고 우리의 마음도 어지러운 시간 속에 12월을 보내고 있다. 예전 같으면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는 시내는 연인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을 터인데, 올해 ‘연말특수’라는 단어는 마치 실종된듯한 느낌도 든다. 세계적인 불경기에 국내 정치의 불안정 등으로 그나마 예약했던 여행상품도 취소되고 각종 모임도 줄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 “코로나가 차라리 더 나았던 것 같다”라는 말까지 심지어 들려온다.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으로, 현 시국에서 마음을 잘 건사하는 방법 하나를 알려달라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자신을 안아주는 시간’을 많이 가지라고 말이다. 사람은 힘든 상황일수록 자신을 궁지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부족해서’, ‘내가 그때 그런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었는데’라고 말이다. 때늦은 후회라고 말하며 잠 못 이루고, 그러한 수면 부족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더욱 약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세상 누구도 나를 돌보지 않는다.

얼마 전, 마음치유 상담 이야기이다. 비록 환갑을 넘은 나이이지만 그는 낮에는 식당에서, 저녁에는 배달 일을 부업으로 한다. 하루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일하는 시간뿐인 셈이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사는 이유는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두 아이의 등록금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힘든 이유는 따로 있었다. “몸은 힘들지 않아요,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찾아오게 되었어요” 그의 사연을 들으며 나의 눈에는 연민과 공감이란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생활비를 벌려고 노력하지만, 이런 제 모습이 아이들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아요, 등록금 늦지 않도록 힘들게 모아, 보내주어도 공부와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학교도 잘 가지 않는 것 같고, 늘 용돈이 부족하다며, 화를 내요. 지난달에는 이럴 거면 왜 낳았냐는 말까지 해서, 그날 저녁은 일하러 나가지도 못했어요. 이렇게 더이상 살 이유가 없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찾아오게 되었어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이 세상 부모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금이야, 옥이야라며 소중히 키운 자식이지만, 부모 공경하며 봉양하리라는 마음을 접어둔 지 오래되었겠지만, 최소한 동병상련의 마음, 측은지심은 있어야 인간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가득차 올라온다. 같은 집에 살면서 부모의 삶이 보일건데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자식을 볼 때 그의 마음이 어떠했으리라 짐작되었다.

이러한 고통에서 언제쯤 해방될 수 있을지 묻는 그의 질문에 나는 반문하였다. 이미 성년이 된 자식들이 한순간에 변화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지 묻자, 그는 거의 없을 것 같다고 답하였다. 그럼 자식이 바뀌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은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바뀔 수 있는 변수는 바로 자기 자신인 것이다. 내가 그에게 바라는 한 가지는 다음과 같았다.

“당신을 사랑해보세요, 그럼 매일 겪는 두통도 줄어들고, 불면증도 사라질 것 같아요”

나의 말에 그는 궁금하다는 듯, 이유를 물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요?”

“맞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만 거친 세상에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죠, 그리고 그 힘이 바로 행복 또한 잘 느끼게 해주기도 한답니다. 내가 나를 버리면 세상도 나를 무시하고 결국에는 버리게 된답니다. 더 쉽게 말하면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려고 노력하지 말고, 자신을 돌보아보세요, 그럼 자식들도 조금씩 좋아질 거예요, 아무리 바빠도 커피 한잔 제대로 마시고, 아무리 없어도 비타민 하나라도 챙겨 먹는 모습,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지요,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자기 내면의 자아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러한 따뜻한 모습이 차가워진 마음에 보일러를 트는 역할을 합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면, 모든 일이 사랑스럽게 보일 겁니다.”

나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띤 얼굴로 다음 상담 때 변화된 모습을 가지고 찾아오겠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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