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의 엔진 정밀조사 결과를 지난 19일 발표하려 했으나, 유족들의 반발로 취소됐다. 유족들은 조류 충돌 및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 등 핵심은 빠진 채 ‘엔진 결함은 없었다’는 내용만 앞세운 엉터리 조사 결과라고 반발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1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관리동 대회의실에서 유가족과 언론에 여객기 엔진 정밀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사조위는 앞서 사고 여객기 제작사 등과 함께 양쪽 엔진을 분석했으며 기계적 결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가족들에게 설명할 중간조사 결과도 이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엔진 결함 여부는 사고 책임자 규명 및 수사 방향을 좌우할 핵심 쟁점이다. 아무리 중간조사 결과라 해도 엔진에 결함이 없었다는 발표가 선행되면 나머지 원인과 관계없이 그 책임이 조종사에게 넘어가게 된다.
현장에 있던 한 유족은 “사조위에 수차례 보고서 원문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원문은 공개하지 않았고, 엔진만 따로 떼 결론을 일부만 발표하는 것은 2차 가해에 가깝다”고 했다. 국토부는 “유가족이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조사 결과를 외부에 공유할 수는 없다”며 “유족과 지속적으로 협의한 뒤 유가족 및 언론 발표 일정을 추후 알릴 것”이라고 했다. 21일로 예정된 국토부 브리핑도 취소됐다.
유가족들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참사인 만큼 모든 증거자료를 종합한 발표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유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현재까지 결과는 다양한 가능성 중 하나를 다룬 중간조사일 뿐이며, 이를 명확한 결론처럼 전달하면 시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유가족협의회 관계자는 20일 기자와 통화하며 “조종사가 오토파일럿(AP)을 왜 껐는지, 충돌 이후 엔진 상태가 어땠는지가 핵심인데, 이런 설명 없이 조종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조사 결과 발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7C2216편은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3분쯤 무안공항에서 비상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방위각시설 둔덕에 충돌해 폭발했고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