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왜 여기 집들은 문이 없어?”
재개발 구역을 지나가고 있었다. 막둥이가 물었다.
“누가 집 안에 들어갈까봐 문을 없앤거야.”
“문이 없으면 더 잘 들어가지.”
아차, 싶었다.
우리 막내는 잘 모른다.
아니 어쩌면 많은 이들이 모른다.
재개발 구역의 폐가들.
주인들은 집을 빼고 뚜드려부술 낡은 담벽들만 남았다.
그리고….
그런 폐가를 집 삼아 드나드는 것은 길고양이뿐만은 아니다.
“문이 없으면 누가 들어가도 더 잘 보이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문이 없으면 안 들어가거든.”
막내가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얼떨결에 답하고 나니, 애한테 할 말은 아니지만 나름 심오한 답이었다.
‘문’이란 뭘까.
문이 있어서 못 들어가지만, 문이 없으면 되레 안 들어간다.
쉽게 들어갈 순 있지만, 그 다음엔 자신을 막아줄 문이 없기 때문이다.
‘문’이란 경계를 두고 그 안팎의 입장은 이렇게 달라진다.
아니, 같아지는 걸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
당신에게 ‘문’이란 무엇입니까….
꼬맹이와 느닺없는 대화를 하다보니 잊고 있었던 현장이 생각났다.
당시 현장은 을씨년스러운 풍경의 재개발 구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