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3차 인질·수감자 맞교환을 통해 인질 8명과 수감자 110명을 각각 석방키로 했지만, 이스라엘이 수감자 석방을 연기했다. 전후 가자지구 문제는 여전히 합의되지 않아, 이집트와 요르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주민 이주’ 방안에 반대를 표명했다.
30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8명과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110명을 이날 풀어주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 3명과 태국인 인질 5명이 석방됐다. 이스라엘인 인질은 아르벨 예후드(29), 아감 버거(19), 가디 모제스(80)다. 모제스는 이번까지 3차례에 걸쳐 석방된 이스라엘인 인질 10명 중 유일한 남성이며, 버거는 가자지구 전쟁 초기 납치된 여군 7명 중 한 명이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두고 이스라엘은 결정을 번복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날 수감자 110명의 석방을 연기한다고 돌연 발표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 등은 이스라엘이 중재자들과 회담을 거쳐 예정대로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풀어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석방 예정 수감자 110명 중 32명은 종신형을, 48명은 장기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석방 대상자 가운데 30명은 여성과 미성년자다.
이들 중에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알아크사 순교자 여단’을 이끌었던 자카리야 주베이디(49)도 포함됐다. 주베이디는 2000년대 초 제2차 인티파다(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운동) 당시 서안지구 제닌에서 이스라엘군을 상대로 한 공격 수십건을 이끌었던 인물로, ‘인티파다의 상징’으로 불린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휴전에 합의하며 42일 동안 이어지는 휴전 1단계에서 인질 33명과 수감자 약 2000명을 맞교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인질 총 7명이 이스라엘로 돌아갔으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290명을 석방했다.
한편 전후 가자지구 문제를 두고 충돌이 벌어졌다. 이날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주민 추방이나 이주는 우리가 참여할 수 없는 불의다. 이집트는 ‘두 국가 해법’을 바탕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두 국가 해법’에 따라 팔레스타인이 영토를 유지하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게 요르단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대한 명시적인 거부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주민을 이집트나 요르단 등 주변 아랍 국가로 이주시키자”고 발언해 ‘인종 청소’ 논란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