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상품이 단순한 ‘관광 기념품’ 이미지를 넘어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전통문화 시장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일상의 오브제’로 진화하는 중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전통을 단순히 보존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나의 공간을 채우고 취향을 드러내는 ‘프리미엄 아이템’으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이 추진하는 ‘전통문화 혁신이용권’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전통 기업이 기술, 디자인, 플랫폼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공급기업과 협업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도록 돕는다. 올해 사업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아우스트스튜디오 ▲구구공 ▲일상이상 주식회사는 각각의 분야에서 공급기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전통문화 산업의 새로운 성공 공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아우스트스튜디오: 전통 도자, 브랜드를 입고 날개 달다
서울의 이질적인 매력을 도자에 담아내는 ‘아우스트스튜디오(브랜드명: 굼바포터리)’는 한국적 자연관과 현대적 미감을 결합한 ‘민기(民器)’를 만든다. 질그릇의 물성을 유지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이들의 제품은 이미 국내외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작품’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바로 패키징과 브랜드 철학 BX(Brand Experience)의 고도화였다. 도자기 특성상 해외 배송 시 파손 위험이 큰 데다, 제품의 가치를 온전히 전달할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부족했다.

아우스트스튜디오는 브랜딩 전문 공급기업 ‘르풀’과 손잡고 본격적인 리브랜딩에 착수했다. 양사는 한국 도자의 미학인 ‘여백과 선’을 현대적으로 시각화한 CI·BI를 개발하고, 이를 웹사이트부터 패키지까지 일관되게 적용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전통 보자기 패키징’의 도입이다. 파손을 막기 위해 단순히 완충재를 늘리는 대신, 삼베와 모시 등 전통 소재를 활용한 보자기 포장을 개발해 ‘프리미엄 선물’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또한, 굼바포터리만의 그래픽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한지 포스터 등 신규 아트 상품을 개발해 상품군을 다각화했다.
디자인 혁신은 생산성 향상으로도 이어졌다. 생산 공정 정비와 브랜드 전략 고도화의 효과로 지난 10월 기준 연간 생산량이 6개월 전 대비 150% 증가했다. 아우스트스튜디오 관계자는 “이번 협업을 통해 동네 공방의 이미지를 벗고, 해외 편집숍이 주목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 잡을 기반을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구구공: 호롱불의 변신… ‘디지털 쇼룸’ 열자 매출 500% 급증
‘구구공’은 잊혀가는 전통 소품 ‘호롱’을 감성과 실용성을 더해 현대적인 ‘아로마 호롱’으로 재해석한 브랜드다. 기존 금속 뚜껑의 그을음 문제를 도자 소재로 해결하고, 슬립캐스팅 기법으로 유려한 곡선미를 살린 구구공의 호롱은 기능과 심미성을 모두 갖춘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우수한 제품력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중심의 판매 방식은 성장에 한계를 보였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시급했다. 이에 구구공은 디자인과 IT 플랫폼 구축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먼저 디자인 공급기업 ‘베르크’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평화의 전령’이라는 비둘기의 의미를 담은 키 비주얼을 완성하고, 톤온톤 배색과 후가공을 더한 전용 패키지를 개발해 제품의 격을 높였다. 이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조선호텔 등 프리미엄 유통 채널 입점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결정적 전환점은 IT 전문 공급기업 ‘원스인터랙티브’와 함께 구축한 자사몰이었다. 단순한 쇼핑몰 기능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제품 화보를 감상할 수 있는 ‘룩북(Lookbook)’ 기능을 탑재해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 쇼룸과 같은 고객 경험을 제공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온라인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자 사업 참여 전 대비 월 매출이 500%나 급증했다. 구구공 측은 “공급기업의 기술력 덕분에 우리 제품이 가진 ‘감성’을 디지털 공간에서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 매출 성장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일상이상 주식회사: 까치, 유럽의 거실로 날아가다… R&D로 빚은 혁신
‘일상이상 주식회사’는 ‘집을 더 꿈같은 공간으로(Make your home like a dream)’라는 슬로건 아래, 예술적 상상력을 더한 리빙 제품을 선보이는 기업이다. 이미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등 해외 유수 뮤지엄 숍에 입점할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이들은 신제품 개발을 위해 전통문화 혁신이용권 사업의 문을 두드렸다.
일상이상이 주목한 소재는 한국의 길조(吉鳥)인 ‘까치’였다. 까치가 나뭇가지를 무는 습성에 착안해, 도어벨이나 메모 홀더, 홈가드닝 소품으로 활용 가능한 다목적 오브제 ‘조이버드(Joybird)’를 기획했다. 문제는 아이디어를 양산으로 구현함에 있어 높은 기술적 난관이었다.

이 난관은 제품 디자인 및 설계 전문 공급기업 ‘스튜디오 블랭크’와의 협업으로 돌파했다. 스튜디오 블랭크는 정교한 3D 프린트와 CNC 가공 기술을 지원해, 까치의 유려한 조형미를 살리면서도 조립과 양산에 최적화된 워킹 목업(Mock-up)을 완성했다. 또한 친환경 스톤 재질을 적용해 고급스러운 마감 품질을 구현해냈다.
기술적 완성도를 확보한 ‘조이버드’는 벌써부터 해외 시장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일상이상은 지난 9월 프랑스 파리 메종앤오브제(Maison&Objet)에 참가해 약 5만 달러 규모의 수출 기대치를 확보했으며, 내년 2월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비엔테(Ambiente) 등 세계 최대 규모의 리빙 박람회 참가를 확정지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장동광 원장은 “이들 세 기업의 성과는 전통문화가 정체성 보존을 넘어 경제적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전통문화 혁신이용권 사업을 통해 전통 기업들이 기술과 디자인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시장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협조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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