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언제 어른이 될래?”
서른두 살의 내가 직장에서 나오며 스스로에게 던진 말이다. 실은 해고를 당했고, 그곳이 고정적으로 출퇴근한 마지막 직장이 될 줄 나도 몰랐다.
어른이 되기까지 넘어야 할 사회적 허들은 대체로 이런 것이다. 대학 졸업장, 경제적 자립, 결혼, 출산, 마침내 내 집 마련! 문제는 허들의 높이는 갈수록 가팔라지는데 책임은 온전히 개인이 져야 한다는 데 있다. 제니퍼 M 실바의 『커밍 업 쇼트』는 미국의 흙수저라고 할 수 있는 노동계급의 남녀 100명을 인터뷰한 끝에 현대 사회에서 ‘성인 되기’의 문제를 새로이 짚어낸다.

사회학자인 저자 자신도 ‘집안에서 최초로 대학에 간’ 노동계급 출신이다. 그가 만난 청년들은 인종과 젠더를 초월해 공통점이 있다.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낸 끝에 현재는 임시직을 전전하고 있으며, 가진 것이 너무 적어 그나마도 잃어버릴까 봐 전전긍긍한다는 것이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나뿐이라고 생각하면 ‘안전지향’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포기가 빠르다.
전통적인 성인 지표를 포기한 이들은 어떻게 자신이 어른이 됐다고 믿을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는 것. 어른이 될 때까지의 겪은 무수한 고통이 자아를 변형시켜 ‘성인 자아’가 만들어진다. 가난하고 문제 많은 가족 속에 자라나 중독이나 우울증을 겪으면서 겨우 여기까지 왔다. 세상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어 보일지라도. 나는 이 부분을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다. 무수한 내 친구들,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와 똑같았으니까.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직장·결혼·출산 같은 성인됨의 지표 자체가 20세기 것, 명절날 친척 어르신의 잔소리 같은 것이 아닐까? 한 아이가 자라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듯 한 명의 개인이 어른이 되는 데에도 사회가 필요하다. 그 사회는 ‘오징어 게임’ 같은 야비한 전쟁터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 서사를 들어주는 곳, 인정해주는 곳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성중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