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일미군에 전략무기 잇따라 배치…中 견제 거점 韓 아닌 日 선택[이현호의 밀리터리!톡]

2025-04-24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3월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의 대만 침공’을 미국이 대응해야 할 최우선이자 유일한 과제로 상정하고 미군 전략의 전면적인 재편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 견제를 미군의 최대 목표로 세웠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서명해 국방부 내부에 배포했다고 알려진 ‘임시 국가 방위 전략 지침’(Interim National Defense Strategic Guidance)’이라는 9쪽짜리 보고서를 지목하고, 이 보고서에는 중국을 미 국방부의 유일한 위협이라 규정하고 “기정사실화된 중국의 대만 점령 시도를 저지하는 동시에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것”이 국방부가 준비해야 할 ‘단 하나의 전략 계획’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고서에서 미국은 대만 방어를 위한 전력 증강 방안으로 잠수함과 폭격기, 무인 선박, 특수부대 배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했고, 지하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정밀 폭탄 등 고성능 무기의 활용도 강조됐다고 소개했다.

美 B-1B 전략폭격기 일본에 첫 전진배치

이 보도 이후 한 달여도 안돼 미국이 첫 군사적 행보에 나섰다.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를 위한 전략무기의 전치 배치다. 그 거점은 일본으로, 주일미군에서 즉각 대응이 가능한 전략무기를 미 본토에서 이동시킨 것이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제9원정폭격비행단 소속 B-1B 폭격기는 미국 텍사스주 다이스 공군기지를 떠나 지난 4월 15일 아오모리현 미사와 미군기지에 배치됐다. 조종사와 지원 인력 등도 함께 일본에 도착했다.

이번 배치가 세계 어디든 불시에 출격하는 미 공군 ‘폭격기임무부대’(Bomber Task Force, BTF)의 첫 일본 배치라고 미군은 밝혔다. 미군 측은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지속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도전에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연합 역량을 강화한다”며 “​​이번 배치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동맹국, 파트너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의 견제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동맹국인 일본과의 연합 훈련은 물론 주변국의 도발 등을 억제하려는 전략적 조치라고 설명한 대목이다.

미국 3대 전략폭격기 가운데 하나인 B-1B는 최대 속도 마하 1.25에 최대 1만 2000㎞를 비행할 수 있는 초음속 전략폭격기다. 핵무기는 운용하지 않지만 최대 57t의 무장을 장착할 수 있다. B-2(22t)나 B-52(31t) 등의 다른 미군 ​폭격기보다 무장량이 월등해 한반도에 전개할 때마다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전략무기다.

사실 미군이 주일미군에 대한 전략 증강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2019년 9월 국내의 한 언론에서 “주한미군이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이 오산과 군산에 배치한 F-16 전투기를 F-35A 60여 대로 대체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게 요지였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주한미군에는 단 1대의 스텔스 전투기도 상시 배치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한미군에 온다던 F-35 60여 대가 주일미군으로 갔다. 확정된 것만 48대 이상이 배치될 예정인 F-35는 기존 주일미군 F-15EX보다 더 강력한 기종이다. 미국은 주일미군 증강 계획 발표를 통해 일본 미사와 공군기지의 F-16C/D 36대를 F-35A 48대로 교체하고, 이와쿠니 주일미군 기지의 해병대 F-35B 수량도 늘린다고 밝혔다.

최신예 F-35 60대, 한국 아닌 주일미군에

이와 별개로 새로운 제7함대 전진배치 항공모함으로 지정돼 일본으로 향하는 조지 워싱턴 항모에도 F-35C 전투기 12대가 실려 있다. 이에 3~4년 내 주일미군의 F-35는 최대 70~80대에 달하게 된다.

게다가 이와쿠니 주일미군 기지에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C와 함께 수직 이착륙 수송기인 ‘시엠브이(CMV)22 오스프리’도 추가 배치할 예정으로 알려해졌다. 두 기종 모두 일본에선 처음으로 배치되는 기종이다.

이처럼 미군이 전략 자산인 B-1B를 비롯해 스텔스 전투기 등을 주일미군 기지에 배치한 건 대북 압박 효과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공언해온 중국 견제를 위한 수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군 소식통은 “미국 본토에 있던 B-1B 폭격기를 일본에 전진 배치함으로써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출격 시간이 훨씬 줄게 된다”며 “미 전략자산을 적국의 코 앞에 배치한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군사적 압박 효과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이란 및 중동 문제의 조기 안정,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세력) 분쟁 완화 등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미군이 여러 지역의 갈등에 전력을 소모하지 않고 중국이라는 주요 경쟁자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그 거점을 주일미군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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