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김건희 여사가 경호처가 관리하는 ‘군사 및 공무상 비밀시설’인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을 외부 민간인을 만나는 데 사용한 정황을 파악했다. 2022년 대선 직후 6000만원대 반클리프 목걸이 등을 선물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자수서에서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김 여사를 두 차례 만났다고 밝히면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봉관 회장은 자수서를 통해 “지난해 말 12·3 비상계엄 선포 전까지 김 여사가 지난해 삼청동 안가로 2차례가량 불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가 회동에 대해 “(목걸이와 브로치) 선물을 돌려준 이후 김 여사와의 연락이 뜸해졌지만 김 여사가 ‘마음이 아주 괴로워 성경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요청해 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18일 김 여사 소환 조사 등에서 구체적인 안가 회동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특검팀이 뇌물공여 혐의로 자신과 서희건설 등을 압수수색한 지난 11일 자수서를 특검팀에 보냈다. 또 김 여사에게 건넨 청탁용 선물인 ‘반클리프 아펠 스노우 플레이크 펜던트’ 목걸이도 제출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이 회장에게 목걸이 등 청탁용 선물을 반환한 시점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2023년 12월 28일)한 전후인 2023년 말에서 2024년 초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김 여사가 삼청동 안가에서 외부인을 만난 정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사적으로 안가를 이용해 왔다는 정황이기도 하다. 삼청동 안가는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 등에게 비상계엄 조치 문건을 전달하는 등 내란모의 장소로 지목된 곳이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4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등이 삼청동 안가에 모여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예쁜 목걸이 해보시라”하자…김건희 “너무 고맙다”
이 회장은 안가 회동에 앞서 청탁 선물을 전달할 당시 김 여사 반응도 자수서에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수서에 따르면 이 회장은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김 여사 사저인 아크로비스타 지하식당에서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목걸이를 선물했다. 이 회장이 “당선 선물로 예쁜 목걸이를 샀는데, 한 번 해보시라”고 하자, 김 여사는 “괜찮은 액세서리가 없었는데, 너무 고맙다”는 취지로 화답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선 “대통령과 영부인의 국가조찬기도회 동반 참석해달라”고 이 회장이 부탁했고, 이에 김 여사도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2021년부터 초교파 기독교인 모임인 국가조찬기도회장을 맡고 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다.

이 회장은 이어 “2022년 4월 김 여사를 만나 3000만원대 브로치와 2000만원대 귀걸이를 추가로 건넸다”는 내용을 자수서에 담았다. 김 여사가 2022년 6월 나토 정상회의 순방 당시 착용한 목걸이, 귀걸이, 브로치 등 이른바 ‘나토 명품 3종 세트’를 이 회장이 모두 선물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자수서를 통해 “이 자리에서 맏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가 윤석열 정부에서 일할 기회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인사 청탁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같은 해 6월 박 전 검사는 한덕수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선물 반환에 “나를 못 믿나”…특검, 꼬리 자르기 의심
특검팀은 이 회장의 자수서를 통해 김 여사 측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 회장은 “2023년 말에서 2024년 초 김 여사가 ‘전에 빌려주신 물건을 잘 사용하고 돌려드린다’고 말했다”고 반환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이 회장은 당시 “나를 믿지 못해 선물을 돌려주는 건가 싶은 걱정이 들었다”며 “집에 돌아와서 다시 보니 선물한 명품은 2개(목걸이, 브로치)만 있었다”고 자수서에 적었다. ‘빌려주신 물건’이란 언급은 앞서 대통령실이 나토 순방 직후인 2022년 8월 국회에서 공직자 재산 미신고 논란이 일자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던 해명과 일치한다.

김 여사 측은 올해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입장을 다시 바꿨다. “대통령실 주장은 허위로, 목걸이는 모조품”(지난 5월, 검찰 진술서)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특검 압수수색에선 김 여사 오빠 김진우(55)씨 장모집에서 반클리프 목걸이 모조품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 여사는 특검팀 조사에서도 “2010년쯤 모친 선물용으로 구매한 모조품”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뒤바뀐 입장에 김 여사 진술을 허위로 판단하고, 모조품 바꿔치기를 김 여사와 논의한 공모자가 있는지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