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는 늘고 투자 격차는 여전…양자 산업의 명과 암

2025-12-20

유럽특허청·경제개발협력기구, 글로벌 양자 생태계 보고서 발표

한국 양자 기술 특허 세계 5위 · 점유율 10% 기록, 존재감 확대

양자 기술이 차세대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기술적 잠재력과 산업적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컴퓨팅과 통신, 정밀 측정 분야를 중심으로 빠른 기술 진전이 이어지고 있으나, 상용화와 대규모 확산 단계에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럽특허청(EPO)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17일 공동으로 ‘글로벌 양자 생태계 보고서(Mapping the Global Quantum Ecosystem)’를 발표하고, 양자 기술 산업의 현주소를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는 특허 동향과 투자 규모, 인재와 공급망, 정책 환경까지 양자 산업 전반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로, EPO 산하 특허·기술 관측기구가 2년 주기로 수행하는 연구 결과다. 올해는 유엔이 지정한 ‘국제 양자과학기술의 해’를 맞아 보고서의 의미도 더욱 부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양자 시장은 2035년까지 약 930억 유로, 한화로는 13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과 보안, 헬스케어, 신약 개발 등 활용 가능성은 광범위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적용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기술 혁신 속도에 비해 시장과 산업 생태계의 성숙은 더디다는 것이다.

특허 지표는 양자 기술의 성장세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10년간 양자 관련 국제특허패밀리(IPFs) 수는 약 5배 증가했다. IPFs는 동일한 발명을 여러 국가에 동시에 출원한 특허로, 기술적·산업적 가치가 높은 지표로 활용된다. 양자 기술은 크게 양자 통신, 양자 컴퓨팅(시뮬레이션 포함), 양자 센싱 세 분야로 구분되는데, 2022년까지는 양자 통신 분야가 가장 많은 특허를 차지했다.

다만 성장 속도만 놓고 보면 양자 컴퓨팅이 두드러진다. 양자 컴퓨팅 관련 특허는 2005년 대비 약 60배 증가하며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보고서는 향후 양자 컴퓨팅이 양자 산업 내 최대 분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에서 출원된 양자 관련 IPFs는 총 9,740건에 달한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의 존재감도 확인된다. 한국은 해당 기간 동안 782건의 양자 관련 IPFs를 출원하며 미국, 유럽(EPC),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5위에 올랐다. 특히 양자 통신 분야 특허가 665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도 88건의 특허를 기록했다. 연구 중심의 기술 축적은 진행되고 있지만, 산업화 단계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안토니오 캄피노스 EPO 회장은 “양자 기술은 막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기초 연구 성과를 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민간 자본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결국 양자 기술의 다음 단계가 기술 경쟁을 넘어 ‘산업화 역량’과 ‘투자 환경’에 달려 있음을 시사한다. 특허와 연구 성과는 빠르게 축적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시장과 산업으로 연결하는 전략 없이는 양자 기술의 잠재력이 현실이 되기 어렵다는 메시지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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