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컬렉션 35만 점까지 확대
답십리와 가산 패션 연구소 2곳에
의류 샘플 28만 점, 서적 1만 권 보유
이랜드뮤지엄 통해 전시 사업도

이탈리아 레조넬에밀리아 지역에 위치한 막스마라(Max Mara)의 ‘BAI(Biblioteca e Archivio di Impresa)’는 30만 점이 넘는 원본 스케치, 패턴, 직물과 5만권의 잡지, 6000권의 전문도서를 보유한 세계적인 패션 아카이브 공간이다. 막스마라뿐만 아니라 살바토레 페라가모, 샤넬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은 자사의 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힘쓴다. 피렌체에 위치한 살바토레 페레가모 박물관에는 구두뿐만 아니라 창립 초기 구두를 만들 때 사용했던 도구까지 잘 보존돼 있다.
국내에서는 이랜드가 막스마라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2600㎡ 규모 답십리 패션연구소와 약 990㎡ 규모 가산동 패션연구소 두 곳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아카이브가 있다. 이랜드는 1990년대부터 꾸준히 수집한 28만 점의 의류 샘플과 1만7000여 권의 전문 서적을 보유하고 있다. 막스마라의 패션연구소에 필적하는 세계적인 규모다. 올해 마곡 글로벌 R&D센터 이전과 함께 이 방대한 컬렉션을 35만 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랜드 디자이너들의 상품 개발은 패션연구소에서 시작된다. 패션 디자이너는 상품 출시 1년 전부터 패션연구소를 방문해 ‘행어링’ 작업을 진행한다. 행어링은 샘플실 아이템 분류표에 따라 정리된 의류를 꺼내 분석하는 작업으로, 디자이너들은 이를 통해 다음 시즌 의류를 구상한다.
최근 디자이너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카이브 아이템은 ‘아이비를 기반으로 한 바시티 재킷’이다. 레트로 열풍 속에서 후아유의 바시티 재킷이 인기를 끈 것도 패션연구소를 활용한 세밀한 분석의 결과다. 후아유 디자이너들은 1980년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별로 보관된 바시티 재킷 아카이브를 통해 해답을 찾았다. 미국 캠퍼스의 정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당시 착용했던 재킷들의 디테일, 소재 패턴 등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스파오의 케이블 스웨터도 같은 프로세스를 거친 성공작이다. 1800년대 후반 아일랜드 아란 제도 어부들의 스웨터에서 영감을 얻은 이 제품은, 꽈배기 모양의 전통적인 케이블 패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디자이너들은 어부들의 밧줄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의 역사성을 지키면서, 현대인의 취향에 맞는 자수 패치로 차별화를 이뤄냈다.
최근에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뉴발란스 마케팅 부서를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 및 부서에서 찾아와 영감을 얻는다. 패션연구소는 매월 20여권의 국내외 패션잡지를 분석해 컬러, 문양, 소재, 아이템 등을 카테고리별로 분류 및 고정해 트렌드를 정리하고, 이를 임직원들과 공유한다. 일반인은 접하기 어려운 글로벌 트렌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콘텐츠 플랫폼의 기능까지 수행하는 것이다.
아카이브를 통해 다음 세대에 영감을 주기 위한 이랜드의 노력은 이랜드뮤지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랜드는 이랜드뮤지엄을 통해 30여년간 체계적인 준비를 거치며 전시 사업을 계획해왔다. 이랜드뮤지엄은 글로벌 문화유산 보존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동안 수집한 컬렉션 50만여 점은 단일 기업으로는 이례적인 규모다.
이랜드는 보유한 소장품에 스토리를 입히는 방식으로 몰입도 높은 전시를 기획하고, 글로벌 대중과 문화적 소양을 향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위대한 농구선수 75인 전 ▶RSVP: 위대한 유산으로의 초대 ▶퀸즈 컬렉션 브리티시 로열 특별전 ▶위대한 뮤지션 100인 전 등 다채로운 장르의 전시를 진행했으며, 올해는 롯데몰 김포공항점에서 ‘위대한 축구선수 100인 전’을 성공적으로 오픈했다.
올해 8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축구 관련 소장품을 활용한 전시 ‘위대한 축구선수 100인 전’은 지난 2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성료한 첫 번째 ‘위대한 축구선수 100인 전’에 이은 두 번째 전시다. 15년간의 긴 여정 끝에 우승의 기쁨을 맛본 손흥민의 발자취와 세계 축구 레전드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이랜드뮤지엄에서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가 보유한 글로벌 아카이브를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누리며 영감을 얻게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패션연구소와 이랜드뮤지엄을 지속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