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의 시 ‘알 수 없어요’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누구’의 정체에 대한 단서로 오동잎이 떨어지는 현상을 기술하고 있다. 예술작품은 작가의 원래 의도를 벗어나 감상자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는 첫 문장부터 상상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떨어지는 오동잎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연상시킨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찾는 데 뉴턴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평범한 관찰이다. 하지만 오동잎이 나무에서 왜 떨어지느냐는 질문의 답은 중력으로 끝나지 않는다. 떨어지기 위해 잎이 나무로부터 어떻게 분리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 역시 평범한 현상이지만 답하기 쉽지 않다. 태풍에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뿌리째 뽑힐 정도의 바람에도 끈질기게 붙어 있던 잎사귀들이 가을만 되면 소슬바람만 불어도 사르르 떨어져 나간다. 낙엽이 되려면 색깔뿐 아니라 나무와의 접합 지점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겨야 한다. 우선 줄어든 일조량 등 외부 자극으로 나무 안 유전자 전사인자들이 작동한다. 세포벽을 허무는 단백질들이 나뭇잎 접합점에 있는 세포들을 약화시켜 분리되게 한다. 정밀 해체 공법이다. 두뇌도 없으면서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이런 일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 아는 것 같다.
식물을 넘어 동물들의 털갈이나 허물 탈퇴, 더 근본적인 세포 분열도 생명체가 신체의 일부를 이탈시키는 현상이다. 다양한 생물들이 이탈이라는 임무를 어떻게 정확히 실행하는가를 분자·세포·조직 단위에서 이해하는 것은 만유인력처럼 구체적 현상을 초월한 근본 지식이 되고 그 실용적 가치도 환경문제나 질병 치료 등에서 광범위할 것이다.
시 한 행이 탐구의 동기를 주어 알 수 없는 것과 있는 것을 동시에 생각하게 해주니 가히 ‘알 수 없어요’라 할만하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A&M대 생명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