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방방곡곡 파크골프 원정 가실 분, '파크골프 우정 배달꾼’을 찾아주세요”

2025-03-14

누군가의 불편함은 시장이 열리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여행업과 운전업 등을 거친 후 은퇴한 박종구(69) 씨는 2019년 우연히 찾은 파크골프장에서 ‘자가용을 끌고 원정 경기를 다니려니 힘들다’는 동호인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이를 기회 삼아 파크골프 버스 투어인 ‘사랑나무 전국파크골프장 투어(이하 사랑나무)’를 기획했다. 기름값만 나온다면 인원이 몇 명이든 동호인들을 태우고 떠나 자유롭게 파크골프를 치도록 모셔다 드리고, 그 지역에서 여행도 할 수 있게 도왔다. 이제는 서울에서 전남 함평과 영광, 강원 속초와 양양, 일본의 지바현까지 파크골프 동호인들을 실어 나르는 ‘시니어의 우정 배달꾼’이 됐다. 그사이 집 앞의 구장에서 가볍게 즐기는 운동이던 파크골프는 좋은 구장이 있는 곳이라면 해외까지도 ‘원정 경기’를 떠날 만큼 열정 있는 동호인까지 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운동으로 변모했다. 박 대표로부터 그의 ‘인생 2막’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들어봤다.

- 파크골프 투어는 어떻게 시작했나.

“2019년쯤이었다. 당시 파크골프를 치던 한 지인이 파크골프장에 한번 놀러 오라더라. 지인을 따라 서울 잠실파크골프장에 갔다. 구장 앞에 채를 순서대로 놓아 입장 순번을 표시하는데, 늘어놓은 채가 구장을 따라 100m는 될 만큼 인기가 있더라. 구장에서 동호인들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어보니 ‘차를 타고 다른 구장에 갔는데 너무 불편하더라’, ‘차에 다섯이 타니 복잡해서 못 가겠다’, ‘운전을 해야 하니 약주도 한 잔 못 하고,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고들 했다. 파크골프 동호인들이 다른 구장으로 장거리 원정을 다니는데, 삼삼오오 모여 자가용으로 다니느라 불편한 점이 많다는 거다. 얘기를 들은 김에 구장에 1주일 이상 나가서 시장 조사를 해봤다. ‘버스 투어가 있으면 이용하겠느냐’고 물으니 다들 ‘그렇다’고 하더라. 그 사람들만 태워도 버스 한 대는 찰 것 같았다. 그래서 버스를 운행할 테니 나오시라 하고 만든 게 바로 사랑나무다.”

- 운영 초기부터 잘 됐을 것 같다.

“그렇지는 않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았다. 많아야 10명 남짓. 그 정도면 각종 경비를 제외하고는 무보수 봉사나 다름없어서 포기 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투어에 참가한 분들은 이후에도 꾸준히 나오시더라. 예전에 여행업을 했었고, 평생 운전을 했던 사람이라 내 버스는 있었다. 우선 기름값만 나오면 회원들을 모시고 어디든 가자고 다짐하면서 버틴 게 1년이다.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참가 인원이 20명까지 늘었고, 그 무렵 코로나19가 터졌다. 마침 야외 활동 수요가 늘면서 참석자도 불어났다. 그렇게 버스 만석을 채우기까지는 2, 3년이 걸렸다.”

- 현재 운영 중인 노선은.

“구장이 많이 모자란 서울 등 수도권 동호인이 많이 찾는다. 처음에는 가까운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권 구장으로 갔다. 그런데 지역 곳곳에 새로운 파크골프장이 생기니 지역을 넓혀보자 해서 전남 쪽으로 가게 됐다. 이제는 강원 화천·양양·춘천·양구, 충남 서산·금산, 전남 영광·함평·순천 등까지 노선이 있다. 손님들이 믿고 찾아주니 점점 욕심이 생기더라. 여행사에 문의해 일본 파크골프 투어를 만들었다. 일본은 구장도 많고, 어지간하면 좋다. 투어 일정표를 사랑나무 밴드에 올렸더니 첫 해외투어인데도 40명이 신청했다. 생각지도 못한 숫자였다. 이제는 일본이든 태국이든 구장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놨다. 얼마 전에는 대부도도 갔고, 올해 상반기 중에 일본 치바현과 홋카이도에도 갈 예정이다.”

- 손님을 위해 차량도 바꿨다고.

“처음에는 45인승 버스로 운행했다. 그 버스는 좌석이 좁아 동호인들이 불편해 했다. 새벽부터 나와서 구장까지 몇 시간을 좁은 좌석에서 앉아 가야 했다. 투어에 참가하는 분들의 평균 나이대가 70대인데, 버스로 장거리를 오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을 모시듯 투어를 운영하려고 한다. 그래서 45인승 버스를 팔고, 개별 좌석이 넓은 37인승 버스로 변경했다.”

- 투어할 때 고충은 없으신가.

“구장 확보가 제일 어렵다. 시설관리공단이나 관광과에 전화해 단체로 방문할 예정인데 구장 문을 열어 달라고 문의하고, 설득하고 또 설득한다. 어렵다고 해도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린다. 요즘은 파크골프가 워낙 인기를 끌다 보니 단체 손님을 잘 안 받으려고 하고, 동호인이 100명 밖에 없던 지역도 지금은 동호인이 400~500명으로 늘어나면서 구장 섭외가 더 어려워졌다.”

- 투어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강변에 가보면 아스팔트 위에서 걷기 운동하는 시니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도 예전에는 아스팔트 위를 많이 걸었었는데 아무래도 관절에 무리가 간다. 사랑나무 동호인들은 하루 요금 3만~4만 원으로, 버스 타고 멀리 나가서 푹신한 잔디 위에서 하루 종일 즐기고 온다. 파크골프는 4명씩 치니 사교도 된다. 혼자 오는 분들도 꽤 많다. 종종 ‘나 혼자인데 가도 되느냐’고 문의하는 분들이 있는데 걱정하지 말고 나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홀로 나오시는 분도 적잖기 때문에 즐기시는데 전혀 문제 없다.”

  • -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더 큰 건 바라지 않는다. 내 생활비만 벌어서 쓴다는 마음이라 사업을 더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다. 우리 회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파크골프를 즐기고, 잘 주무시고, 맛있는 음식 드시면서 파크골프를 칠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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