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서 뽀뽀했는데…건강했던 2살 여아, 의식 잃고 중환자실행

RSV 감염 판정 받아…몇 시간만에 산소포화도 빠르게 떨어져

초기엔 감기와 유사하지만 영유아 중증 호흡부전 유발할 수도

미국 플로리다에서 건강했던 두 살 여아가 감기 증상을 보이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실려 간 사연이 전해졌다. 아이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부모는 연휴 기간 친척들의 잦은 뽀뽀로 인해 바이러스가 옮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국 더선 등 외신은 2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30세 데스티니 스미스의 2세 딸이 지난해 11월 감기와 같은 가벼운 증상을 보이다 갑자기 숨이 가빠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는 이상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단순 감기라고 생각했던 데스티니는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자 즉시 병원으로 아이를 데려갔다.

병원 검사 결과 아이는 RSV 감염 판정을 받았으며, 몇 시간 만에 산소포화도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소아중환자실로의 긴급 항공 이송이 결정됐다. 의료진은 두 시간마다 호흡 치료를 했지만 아이는 결국 의식을 잃었고, 생사를 오가는 상황 속에서 5일간 집중 치료를 받은 뒤 서서히 회복했다. 퇴원 후에도 3주간 4시간마다 흡입기를 사용하며 경과 관찰을 이어가야 했다.

데스티니는 감염 경로에 대해 “추수감사절 연휴 동안 많은 친척들이 아이를 안고 뽀뽀했다”며 “손 씻기 등 위생이 완벽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뽀뽀 때문에 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하며 영유아와의 접촉 시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레스터대학교 임상미생물학자 프림로스 프리스톤 박사는 “아기에게 뽀뽀는 애정 표현이지만 건강에는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부모가 타인이 아기에게 입을 맞추거나 만지는 것을 제한하는 데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말 뽀뽀를 해야 한다면 얼굴이나 입이 아닌 발이나 뒤통수 쪽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RSV는 전 세계 영유아 호흡기 감염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생후 6개월~2세 사이 아이들에게 중증 호흡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 초기에는 콧물, 기침, 미열 등 감기와 구별이 어렵지만, 기도가 좁은 영유아의 경우 몇 시간 만에 호흡 곤란으로 진행될 수 있다. 성인에게는 가벼운 감기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영유아·고령층·기저질환자에게는 폐렴, 세기관지염, 저산소증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RSV는 비말이나 침과의 직접 접촉으로 전파되며, 장난감·문손잡이 등 표면에서도 수 시간 생존해 간접 접촉 감염도 흔하다. 호흡수가 눈에 띄게 빨라지거나 콧망울 벌렁임, 갈비뼈 아래로 배가 빨려 들어가는 '함몰 호흡', 입술이 파래지는 청색증 등의 반응이 보이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한편 영유아에게 뽀뽀로 전파될 수 있는 위험 감염병은 RSV뿐만이 아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역시 성인에게는 단순 입술 포진으로 끝날 수 있지만, 2세 미만 아기에게는 눈·입·피부 감염을 넘어 전신에 퍼질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영국에서는 뽀뽀로 헤르페스에 감염된 2세 남아가 한쪽 눈 시력을 잃는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영유아는 감염에 매우 취약한 만큼, 가까운 가족 외에는 얼굴·입 주변 접촉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