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크 '노예의 길’ 출간 80주년…한국의 길을 묻다

2024-09-27

“중앙집권적 계획, 가격 시스템 대신할 수 없어”

“명령경제, 민주적 통제는 환상…자유 추구해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모든 최첨단 아이디어는 고전적인 것의 사색에서 출발했고, 최첨단의 가치가 시간의 검증으로 확인되면 고전적인 것의 새 리스트에 추가된다. 자유 한국의 길은 고전적 자유주의에서 시사 받을 수 있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899 ~ 1992)-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노예의 길》 출간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학자들이 뭉쳤다. 하이에크 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한 이들은 ‘《노예의 길》의 노예들’이라는 이름으로 27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자유기업원 열림홀에서 ‘노예의 길 출간 80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고 하이에크의 메시지가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197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하이에크는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로 꼽힌다.

앞서 그는 1944년 시카고대학 출판부에서 《노예의 길》을 선보이며,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물질적 욕구에 대한 좌절을 국가권력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사람들의 시도’라고 비판했다. 또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노예로 가는 길’이라며, 나치즘을 예를 들며 한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를 상세히 소개했다.

《노예의 길》 출간 기념을 위해 모인 이들은 “하이에크 《노예의 길》은 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해설하는 책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반(反)자유주의 사상인 사회주의‧파시즘‧나치즘‧공산주의 등 전체주의가 문명의 토양이던 자유주의를 밀어내고 어떻게 우리 사회의 지배적 사상으로 부상했는지를 알려주는 패전기”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세미나에 대해 “우리 사회가 자유롭게 되기를 바라는 열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자생적 세미나”라며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의 깊이 있고 실제적 성찰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평등‧더불어 삶‧복지에 편향된 사회…자유‧책임은?

《노예의 길》은 모두 15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 ‘버려진 길’에서는 채 정제되지 않은 자유주의에 대해 설명하고, 2장 ‘위대한 유토피아’에서는 사회주의의 달콤한 약속과 자유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고찰했다.

해당 파트를 분석한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자유, 책임, 자율이라는 밋밋해 보이는 이성적 가치보다는, 평등, 더불어 삶, 복지 등과 같은 열렬한 낭만에 더 편향된 듯하다”고 진단했다.

“자유의 유토피아보다 더 강렬한 마력을 주는 좌파의 유토피아는 이념 전선에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만큼 유리하다”는 아쉬움이다.

김 교수는 또 하이에크가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 중 정치적 자유의 우선권을 인정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스위스의 시계 산업은 정치적 자유 이전에도 있었지만 정치적 자유가 주어지면서 더욱 고도화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언급된 경제적 자유에 대해서는 △물질적 속박에서 벗어난 상태와 △경제 활동에서의 자유를 유의해서 봐야 한다고 했다. 경제 활동의 자유는 노동의 자유, 폐업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

그는 “하이에크는 정치적 자유가 주어져야 비로소 물질적 풍요도 가능해진다고 한 것인데, 좌파는 이와 반대 방향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 “중앙집권적 계획은 가격 시스템 대신할 수 없어”

《노예의 길》 3장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에는 사회주의의 의미 등에 관해 정확한 이해를 구하고, 4장 ‘계획의 ‘불가피성’에서는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전문가의 협소한 견해와 계획을 비판하고 있다.

해당 파트를 분석한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명예교수는 집단주의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사회주의와 국가 사회주의는 ‘집단주의’의 한 종류”라며 “집단주의와 사회주의는 중앙 집중적 계획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부연했다. “집단주의와 대조되는 것이 개인주의”라는 설명이다.

신 명예교수는 “개인주의는 자유주의의 상위 개념이다. 하이에크는 중앙집중적 계획을 맹렬히 공격하지만, 국가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독단적인 자유주의와 구별된다”며 “하이에크는 ‘경쟁을 위한 계획’은 인정한다”고 했다.

또 하이에크의 말을 인용해 “중앙집권적 계획은 가격 시스템을 대신할 수 없다”며 “의사결정의 분권화와 자동적 조정을 통해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중앙계획보다 월등히 우월하다”고 강조했다.

◇ “명령경제, 민주적 통제는 환상…우리는 자유 추구해야”

이 책의 5장 ‘계획과 민주주의’는 명령경제와 민주적 통제의 환상을 논하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라고 설파했다. 또 6장 ‘계획과 법의 지배’를 통해서는 법의 지배의 논리적 근거와 그에 따른 새로운 위협 등을 파헤쳤다.

해당 장을 분석한 권혁철 자유시장연구소장은 “민주주의는 자유 사회에서도 그리고 전체주의 사회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법의 지배와 관련해 “자유 사회에서의 민주주의는 진정한 합의가 존재하는 분야들로만 국가의 통제를 한정시킴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전체주의 사회에서의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이용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국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입법 실태를 보면, 특혜나 차별을 공공연히 하는 입법, 특수한 사례만을 다루는 각종의 특별법, 게다가 소급입법까지 문자 그대로 법도 아닌 법들이 양산되고 있고, 법의 지배는 완전히 무너졌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이에크가) 대중민주주의 하에서 이 무소불위의 입법권을 제한하고 법의 지배를 확립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언급되어 있지 않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 “왜 가장 사악한 자들이 최고의 권력을 잡게 되는가?”

《노예의 길》 10장에서는 ‘왜 가장 사악한 자들이 최고의 권력을 잡게 되는가?’를 통해서는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전체주의 국가의 폐해를 비판했다. 또 11장 ‘진리의 종말’에서는 통제받지 않는 진리와 사상의 위험성, 자유주의 서구세계에 대한 무기로서의 사회주의에 대해 논한다.

김이석 아시아투데이 논설실장은 10장과 11장이 전체주의 혹은 사회주의 계획경제 사회에서 도덕과 진실이 추락하게 된다는 하이에크의 주장을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10장은 그 중 도덕의 타락을 다루는데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액턴 경의 유명한 말로 시작한다”며 “전체주의 사회, 절대 권력의 추구, 그리고 도덕적으로 보아 가장 문제가 많은 사람이 최고 권력을 잡는 것 사이에 밀접한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는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10장을 주목되게 되는 이유는 우리 사회, 특히 정치권에서 관찰되는 상황 때문”이라며 “최근 국회의원 선거에서 도저히 국회의원감이라고 보기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인물들이 등판해 당의 지지를 업고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11장 진리의 종말을 다시 읽어보면서 우리 사회에 왜 광우병 선동, 후쿠시마 오염수 선동, 또 최근에는 계엄 괴담에 이르기까지 각종 선동이 난무하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각 발제자가 두 개 장을 정독한 후 발표하고 토론이 이어졌다. 김행범 교수, 신중섭 교수, 권혁철 소장, 김이석 논설실장, 이강영 씨가 발제자로 참석했고, 토론에는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대학 교수, 곽은경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실장, 황인학 국민대 겸임교수, 이현종 핵의학 전문의, 신동준 씨가 자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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