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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은 이미 뜨겁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흑백요리사' '오징어 게임2' 등을 히트시킨 데 이어 지난 1월 공개한 '중증외상센터'로 국내외에서 인기몰이 중이고, 티빙은 '원경'과 '스터디그룹' '춘화연애담' 등의 드라마와 '환승연애'의 스핀오프 버전인 '환승연애, 또 다른 시작'을 공개했다. 디즈니 플러스의 '트리거' 쿠팡플레이의 '뉴토피아' 등도 차례로 공개되며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은 올해도 치열할 전망이다.
각 OTT 사업자는 올 한해 예정된 시리즈의 예고편을 앞다투어 공개하고 있으나, 제작비 부담과 콘텐츠 품질 저하 등 지속되는 문제점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OTT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출혈 경쟁 보다는 효율적인 경영전략과 수요자의 니즈를 공략하는 기획의 혁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라이브 스트리밍 강화 통한 미디어 플랫폼의 기능 확대
OTT 사업자들은 앞다퉈 라이브 중계 라인업 확보에 나서고 있다. 높은 제작비 대비 성패를 가늠하기 어려운 오리지널 콘텐츠에 비해 고정 팬덤이 확보된 라이브 중계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024~2026 한국프로야구(KBO)의 온라인 독점 중계를 서비스하며 약진한 티빙은 2024~2028 한국프로농구(KBL) 중계권을 추가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으며, 스포츠 콘텐츠에 집중해온 쿠팡플레이는 올해 '제59회 슈퍼볼'을 생중계하면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티빙의 KBO 중계는 폐쇄성을 떨쳐내고 경기 영상을 활용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콘텐츠의 재생산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MZ 야구팬들의 니즈를 관통했다. 무한 경쟁하는 OTT 시장에서 탄탄한 팬층에 기반한 라이브 중계 콘텐츠는 계속해서 확대될 전망이다.
◇유니버스 확장, 스핀오프 시도 등 브랜드 콘텐츠로 승부
콘텐츠의 또 다른 핵심 전략은 캐릭터와 세계관이다. 웹툰이나 웹소설의 세계관을 영상 콘텐츠로 재탄생시켜 성공한 사례로는 디즈니+의 '무빙' '조명가게'로 이어지는 강풀 유니버스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의 '지옥' '선산' 등을 통해 느슨하게 연결된 연상호 유니버스도 있다. 큰 틀에서 공유되는 캐릭터와 설정, 서사를 따라가며 콘텐츠를 해석하는 재미는 팬덤을 형성하며 창작자, 나아가 플랫폼의 브랜드로 이어졌다. 웹툰, 웹소설, 게임 등을 통한 적극적 미디어 소비에 익숙한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셈이다.
글로벌 OTT가 서구 시장을 고려한다면, K콘텐츠의 특수성을 도드라지게 담아내는 국내 OTT의 파급력은 아시아시장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노선을 형성 중이다. 예컨대, 동일 창작자의 작품은 아니나 티빙이 이어가고 있는 웹툰 기반 학원물의 계보는 MZ 이용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방과 후 전쟁활동' '피라미드 게임'에 이어 지난 1월 공개한 '스터디그룹'까지 웹툰의 세계관을 영상 콘텐츠로 새롭게 다시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티빙에서 적극적으로 시도 중인 스핀오프 콘텐츠도 눈에 띈다. '좋거나 나쁜 동재(비밀의 숲 스핀오프)' '사장님의 식단표(손해 보기 싫어서 스핀오프)'에 이어 2025년에는 '원경:단오의 인연'을 '원경'의 tvN 방영 중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성공한 tvN 드라마를 티빙에서 프랜차이즈 콘텐츠로 이어가는 전략은 최근 미디어 이용자의 취향에 적중했다. 세계관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은 관객의 즐거움인 동시에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OTT의 필연적인 전략이기 때문이다.
◇숏폼, 일일 예능 등 콘텐츠 형식 다변화 기대
지난 해 왓챠가 숏폼 드라마 플랫폼 '숏차'를 출시한 데 이어 티빙도 올해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를 숏폼 형식으로 제작해 쇼츠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다. 뒤이어 넷플릭스가 일일 예능을 예고하면서 OTT 콘텐츠의 형식은 더욱 다변화 될 전망이다.
미디어 시장은 양과 속도의 전쟁터다. 콘텐츠 과잉에 대한 우려만큼 이용자들의 취향을 겨냥한 빠르고 영리한 기획이 필수다. 특히 글로벌 OTT의 투자규모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인 국내 OTT일수록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타격하는 효율적 전략이 승부수가 될 것이다. 국내 OTT 간 합병이 연내에 성사되고 더욱 안정된 규모와 체계가 확보된다면, 뾰족하게 특화된 K콘텐츠의 경쟁력을 한층 단단하게 구축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책임교수 danachi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