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미국산 소고기’ 수입한다는데…한국과 다른 점은?

2025-05-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공개한 영국과의 무역협정에는 영국이 미국산 소고기 일정 물량에 무관세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이 미국 소고기에 시장을 개방한 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검역 장벽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미국과 영국 정부의 통상 협정에 따르면 영국은 미국산 소고기 1만 3000톤(t)에 대해 무관세 수입 쿼터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영국은 미국산 농산물·화학제품·에너지·공산품 등에 대한 통관을 간소화하게 된다. 대신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 10만 대에 10%의 관세만 적용한다. 기존에 미국이 밝힌 관세 27.5%에서 절반 이상 낮춘 것이다.

그중에서도 영국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늘리기로 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산 소고기는 한미 간 협상 의제가 될 가능성이 언급됐던 품목이기도 하다. 미국은 올해 3월 발표한 ‘2025년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에서 한국을 상대로 30개월령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는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의 사례를 한국과 동일한 수준에서 비교하기는 힘들다. 영국은 광우병이 발생하는 국가로 한국에 비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검역 장벽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한국과 달리 영국은 광우병으로 알려진 정형 소해면상뇌증(BSE)이 발생한 나라다. 미국에서는 광우병이 2003년부터 총 7건 발생했고, 2023년 5월에도 한 건 발생했다. 반면 영국에서는 최근 10년 간 5번 발생했으며, 지난해에도 스코틀랜드 농장에서 발생 사례가 보고됐다. 영국에서 광우병이 처음 발생한 것은 1986년이다.

반면 광우병이 발생한 적 없는 한국은 검역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2008년 한미 간 협상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적 없는 30개월령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기로 합의한 데에도 이런 배경이 있었다.

게다가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이미 소고기 최대 수출국이다. 미국 농무부(USD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한국에 22억 2000만 달러 규모의 소고기를 수출했다. 이는 일본(18억 7000만 달러)과 중국(15억 8000만 달러)보다도 큰 규모다.

한국이 영국과 다른 배경을 갖고 있는 만큼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이뤄진 한미 간 ‘2+2 통상 협의’에서 소고기 수입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한미 간 통상 협상에서 소고기 수입 확대가 의제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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