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붕괴 공포·방공비 부담에 극적 타협…실제 종전까진 '험로' [이스라엘·이란 휴전 합의]

2025-06-24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전격 동의한 것은 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소모전으로 치달으면서 천문학적인 방공망 비용이 부담이었고 이란은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이후 무능함이 드러나면서 정권 교체 위기감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미국 역시 강력한 군사력으로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격하기는 했지만 자칫 끝없는 전쟁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일단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던 이란 핵무기 개발 역량이 미국의 공습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이번 전쟁의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2일(현지 시간) “전쟁 목표 달성에 매우 근접했다”면서 “이스라엘이 소모전에 끌려들어 가지 않을 것”이라며 휴전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뚜렷한 전략적 목표도 없이 이란과의 전쟁을 이어갈 경우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얻을 게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에 이란과의 전쟁은 매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며 특히 이란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에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분석했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20개월 이상 이어진 전쟁으로 이스라엘 국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휴전 쪽으로 돌아선 이유로 지목된다.

이란의 입장은 더욱 절박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권 교체’까지 언급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강력한 반격에 나섰다가는 정권이 붕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날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초강수 카드 대신 카타르 및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사전 통보 후 상징적인 공격만 가함으로써 사실상 휴전 의사를 먼저 내비쳤다는 평가다. 특히 헤즈볼라,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 등 ‘그림자 전쟁’을 벌이던 중동 내 우군들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힘을 잃은 것도 휴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미국 역시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2021년), 이라크 전쟁(2003~2011년)을 벌이며 천문학적인 손실을 봤고 중국의 부상을 방관하는 뼈아픈 실책을 범한 역사가 있는 만큼 조기 봉합을 원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직접 대화해 휴전을 중재했고 J 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은 이란 측과 직간접적인 휴전 대화를 가졌다고 전했다.

일단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동의했지만 실제 총성이 멎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24시간 중 한쪽이 공격을 한다면 즉각 보복이 이어지며 휴전안이 엎어질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발표 이후 이스라엘 측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이란 측도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했다. 24시간이라는 산을 넘어도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협상이 뒤따라야 한다. 밴스 부통령은 22일 “이란의 핵 물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협상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연료(고농축 우라늄)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해 추후 협상을 예고했다.

이란은 순도 60%의 고농축 우라늄 약 400㎏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탄두 9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지만 핵무기 제조를 위해서는 순도를 9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미국은 이번 공습 이후 고농축 우라늄의 행방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핵탄두 제조를 위한 장비는 파괴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이란이 이번 사태를 겪으며 핵이 정권 유지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의 엘리 게란마에 중동부문 부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위협을 제거하려 했지만 이제는 이란이 핵 보유 국가가 될 가능성을 훨씬 더 높였다”고 분석했다. 만약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는 움직임이 이스라엘 정보 당국에 포착되면 양측은 휴전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