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업의 미래, 교육에서 시작된다

2025-05-18

지난 4월 ‘미래가 있는 농촌, 지속가능한 농업’을 주제로 17일간 네덜란드·독일·프랑스의 농업현장을 둘러보았다. 특히 13년 만에 다시 찾은 네덜란드에서는 여러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국토면적이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되는 4만㎢, 인구 1800만명에 불과한 네덜란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식품 수출국이다. 스마트팜·유리온실·수경재배 등 첨단 농업기술 보급률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혁신을 이룬 네덜란드 농업은 오래전부터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이 작은 나라 농업의 힘은 어디서 비롯될까. 핵심은 ‘교육’이다. 네덜란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 현장까지 농업교육이 체계적으로 연결돼 있다. 만 12세가 되면 학생들은 실무형(직업 교육)과 이론형(학문 연구) 중 진로를 선택한다. 전국에 36개 중등 농업학교, 9개 농업고등학교, 4개 실무 농업대학이 있고,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인 바헤닝언대학교(Wageningen University and Research, WUR)가 이를 뒷받침한다. 축산, 작물 재배, 농기계 등 세분화된 전공과 현장 실습을 결합해 농업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또한 정부·농업계·농민·연구기관이 긴밀히 협력하되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한다. 대학은 신기술 개발과 혁신을, 응용과학대학과 직업학교는 기술 보급과 현장 실습을 맡으며, 농민과 기업은 이를 현장에서 적용한다.

네덜란드는 오랫동안 생산성과 효율을 중시하는 농업모델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교육의 방향을 대대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2018년에 농업교육 주무 부처가 농림부에서 교육·문화·과학부로 이관된 이후 변화는 가속화됐다. 과거의 교육 목표가 최대 생산량과 수출 증대였다면, 이제는 질소·탄소 배출 저감, 수질 보호, 생태 다양성 증진, 기후위기 대응 등 환경적 책임이 중심이다.

2023년부터 시작해 2027년까지 이어질 유럽연합(EU) 공동농업정책(CAP)에 따라 네덜란드는 현재 4.4%에 불과한 유기농업 비율을 2030년까지 15%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토양 건강성, 친환경농법을 확대하고 데이터 기반 관리, 인공지능과 잡초 제거형 소형 로봇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현장 중심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농업교육 전환에는 교육기관·농민단체·시민단체·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2024년부터 약 1억3000만 유로의 예산으로 ‘리제널(REGENL)’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재생·순환·유기농업으로의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물론 교육 현장에서 현실적 제약과 가치관 차이로 생기는 갈등도 있지만 점차 많은 교사가 농업교육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교육이 가장 먼저 변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농업교육 전문가 미리암(Miriam)씨는 이렇게 강조했다. “농업의 미래는 기술이나 제도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어떤 농업을 가르칠 것인가, 어떤 농민을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고, 교육은 그 대화를 시작하는 자리입니다.”

이제 우리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 농업교육은 지금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물어야 할 때다.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는 교육에서 시작된다.

신수경 대산농촌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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