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암연구 트렌드 뭘까? 종양내과 의사들이 꼽은 키워드 3가지

2025-06-17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5)에서는 순환종양 DNA(ctDNA·circulating tumor DNA)의 임상 적용 가능성이 한층 뚜렷해졌습니다. 조직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자도 혈액만으로 암 유전정보를 분석해 한층 정교한 치료전략을 세우게 될 걸로 기대됩니다. "

박인근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기자간담회에서 “ctDNA를 활용하면 영상검사에 기반한 평가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약물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ctDNA는 말 그대로 종양에서 떨어져 나온 유전정보 조각이 우리 몸의 혈액 속에 떠다니는 것이다.

기존에는 암 진단 또는 치료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병변 부위에서 조직을 떼어내는 침습적인 검사가 필요했다. ctDNA를 임상에서 적용할 수 있게 되면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암세포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상세한 유전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혈액 외에도 소변·침 등 체액에서 유래한 종양 관련 분자 정보를 분석해 암의 존재 여부를 비침습적으로 판별하는 기술을 일컬어 '액체생검'이라고 한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ASCO 2025 학술대회의 주요 발표 내용을 분석하고 암 치료의 변화 흐름을 이끄는 정밀의료와 신규 기전의 항암 치료를 중심으로 최근 임상 현장의 변화 양상을 조망했다. '항암제 올림픽'으로 불리는 ASCO 연례학술대회는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렸다.

연구회에 따르면 올해 ASCO에서는 ctDNA가 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를 넘어, 실제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다수 소개됐다. 대장암 수술 후 ctDNA로 미세잔존암을 확인해 보조항암치료의 필요성과 강도를 조절한 최초의 무작위 임상시험이 대표적이다. 기조강연에서 발표된 유방암 관련 임상연구는 ctDNA를 활용해 기존 영상검사보다 빠르게 치료 반응을 파악하고, 조기에 약물 치료를 조정함으로써 무진행생존기간(종양 크기가 더 나빠지지 않은 채 생존한 기간)을 유의미하게 개선한 결과를 보여줬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종양내과 전문의들은 “이번 ASCO 2025에서 기존 치료제와는 다른 작용기전을 가진 치료제들이 임상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며 고형암 분야에서 주목해야 할 신약 키워드 3가지를 제시했다. 표적치료제의 선택성과 세포독성 항암제의 강력한 종양 억제 효과를 결합한 항체약물접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와 이중특이항체(BiTEBispecific T-cell Engage),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T세포 치료법이다. 차세대 면역 치료법으로 통하는 BiTE와 CAR-T는 기존 PD-1 및 PD-L1 면역관문억제제와 달리 T세포가 암세포와 직접 접촉해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의 장점을 동시에 갖춘 작용기전을 통해 혈액암을 넘어 고형암 분야로 빠르게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박 교수는 “과거에는 신약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기까지 수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2~3년 내 진료지침에 반영될 만큼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이번 ASCO에서도 혁신 신약들이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임상에 적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회에 따르면 이번 ASCO에서 발표된 국내 연구는 총 225건이었다. 그 중 연구회 소속 종양내과 의사들이 직접 제1저자나 발표자로 참여한 연구는 60건에 달했다.

안진석 대한항암요법연구회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회원들이 참여한 다양한 암 연구가 세계적 학술 무대에서 발표되며 한국의 임상연구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앞으로도 환자들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구 기반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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