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기적인 건강검진으로 큰 병이 생기기 전에 대처하고 의료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것처럼 배터리 진단 검사도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전기화학 분석에 인공지능(AI)을 융합한 차세대 기술을 바탕으로 배터리 검사 진단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겠습니다.”
홍영진 민테크 대표는 “질병 치료에서 예방과 진단으로 의학의 패러다임이 발전한 것처럼 배터리 역시 문제가 있는 제품을 미리 찾아내고 화재를 막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진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홍영진 대표는 브이케이, 동부파인셀, EIG, 오렌지파워 등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와 소재 설계, 개발과 제조 등을 담당했으며, 2015년 민테크를 창업했다. 민테크는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을 바탕으로 배터리 상태를 효율적으로 검사하고 진단하는 제품을 만든다.
배터리 출하 시 기본적인 충방전 용량, 전압, 충전 상태 등을 확인하는 것을 1세대,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저항 검사를 추가한 것을 2세대로 분류한다면, 민테크는 EIS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3세대 검사라고 이름 붙였다. 단순히 문제 여부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불량의 유형까지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EIS 기술의 강점이다.
민테크는 사업 초기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재활용을 위한 검사 시장을 우선 공략했지만, 최근 무게 중심이 점차 앞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 각 단계에서 EIS를 활용해 문제가 있는 제품을 분류해내는 것이다. 실제 회사 매출의 70~80%가 셀 제조 공정에서 이상 제품을 진단하는 솔루션에서 나온다.
분야도 확장하고 있다. 전기차 분해 없이 배터리 상태를 진단하는 '전기차 배터리 신속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동이 가능한 기기로 전기차 충전구에 꽂아 15분 내에 배터리 상태를 신속 진단하고 이상 원인을 추정해준다. 기존에는 차체에서 배터리팩 분리한 후 수억원에 달하는 충방전기에 연결해 길게는 24시간 이상 진행해야했던 검사다.
홍 대표는 “국토부가 2027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탈거 전 성능 검사 의무화를 시행할 예정인데 자동차에서 배터리를 분리, 성능 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EIS가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이라면서 “향후 상용화될 전고체 배터리 시대에도 EIS가 필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잇따른 기내 화재로 우려가 커진 보조배터리 진단 시스템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셀프 검사 방식으로 내부 단락 조짐이 있는 제품을 비행기 탑승 전에 미리 걸러낼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이다. 새 정부 공약에 '보조배터리 화재사고 예방을 위해 사전점검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만큼 보급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사용후 배터리 배출이 본격화되면 배터리 진단검사 시장도 급속도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쏟아져나오는 사용후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검사하기 위해서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간편 진단 기술이 필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 대표는 “납축전지가 사용주기를 마치고 원재료로 돌아오는 회수율이 98%에 이르는데 리튬이온 배터리는 회수율이 5%도 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엄청난 검사진단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본다”면서 “특히 정밀 검사 없이도 선별검사를 통해 분류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