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다뤘다가 불방 위기를 겪은 KBS <시사기획 창> 제작진이 “이러니 ‘파우치 방송’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사측을 비판했다.
KBS <시사기획 창> 제작진인 서영민, 김지선, 하누리 기자는 16일 낸 성명에서 “이게 정상이냐”라며 “보도국에 묻고 싶다. 우리 이대로 괜찮은가”라고 물었다.
제작진은 <시사기획 창> 1월14일 방송분 ‘대통령과 우두머리’편 방송 직전 사흘 동안 간부들의 부당한 제작 개입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철우 시사제작국장은 박장범 사장이 앵커 시절 윤 대통령과 대담하며 질문한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 질문 등을 빼지 않으면 방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대담 분량을 절반 정도로 줄였고, 2시간 넘는 회의 끝에 잠정 합의안을 만들었다”고 했다.
제작진은 이어 “김 국장 고개를 넘으니 이재환 보도시사본부장이 ‘파우치’ 부분을 아예 삭제하라고 하고, 원고 구석구석을 훑으면서 하나하나 수정과 삭제를 명령했다”고 했다.
제작진은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대담 내용 삭제를 수용한 뒤에도 이 본부장 등의 지시가 이어졌다고 했다. 제목의 ‘우두머리’ 뒤에 ‘혐의’를 추가하고, “야당 때문에 일을 못 해 힘들다” 등 윤 대통령의 녹취 분량을 늘리는 등의 지시였다. 제작진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이유로 들었던 주요 공직자 탄핵 등을 내레이션으로 넣어야 한다는 지시도 받았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대단한 사흘이었다”며 “대체 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꼭 필요한 논리 전개의 한 부분을 논리적 설명도 정당한 절차도 지키지 않으면서 ‘빼야 한다’고 강요한 것인가”라고 했다.
KBS는 이를 두고 “이 본부장은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정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는 내용 일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의견 조정 과정에서 건설적인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는 “‘편파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방송 당일 방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정을 지시하고, 수정되지 않으면 방송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게 불방 시도가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편성규약을 심대하게 위반한 행위임은 물론, 제작과 관련해 부당하게 간섭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