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출판계에는 앞으로도 영원히 회자될 성공 신화가 있으니, 일정한 금액을 보내면 e메일로 매일 글을 보내준다는 구독 모델의 원조 ‘일간 이슬아’이다. ‘일간 이슬아’의 성공으로 이슬아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그 말인즉슨 하루에도 수십 통씩 쏟아지는 e메일을 받는다는 뜻이며, 그 역시 하루에도 수십 통씩 e메일을 쓴다는 뜻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메일로 일을 하는 프리랜서의 입장에서 그가 낸 신간에는 마음이 혹할 수밖에 없었다.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2025)라니. e메일로 인생을 바꾼 사람의 비법을 훔쳐보겠노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고, 다 읽고 나서는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실질적인 비기도 있다. 뻔하지 않으면서도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는 제목 쓰기의 비법이라든지, 거절을 할 때 들어가야 하는 내용, 사과를 하는 방법 같은 것들은 당장에라도 적용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유명인을 섭외하는 방법, 거절할 수 없는 메일 보내기, 싸우지 않고 개선하는 기술 같은 항목들은 마치 비법인 양 쓰여 있었지만 비법이 아니었다. 그런 비법이 통하려면 전제조건이 필요했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좋아하기. 그러니 서문에서 “잘 쓴 문장은 단순히 유려한 필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습관적인 역지사지와 수신자에게 먼저 주는 애정까지가 한 세트다. 예쁜 촛불과 향기로운 꽃길에 버금가는 환대의 기운을 문장에도 불어넣을 수 있다”라고 말할 때, 실은 이 부분이 핵심이었던 것이다.
그와 이훤 시인이 사는 집에 다녀오면 용기로 충만해지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해보았기 때문에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지금까지 얼마나 진심을 담은 메일을 써왔을지. 누군가는 그런 태도가 피곤하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인생을 바꾸는 건 원래 피곤한 일이다. 인생을 바꾸려는 자, 진심으로 정성을 기울이라.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