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해 상영 등급을 분류받는 영화와 달리, 웹툰은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부여하는 등급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웹소설 또한 마찬가지로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웹툰은 지난 2017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만화가협회가 맺은 웹툰 자율규제협력 업무협약에 기반해 출범한 웹툰자율규제위원회를 통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주제, 폭력성, 선정성, 언어, 약물, 사행성, 차별, 모방위험의 8가지 기준에 따라 전체 연령가, 12세 이상 이용가, 15세 이상 이용가, 18세 이상 이용가로 구분할 수 있다. 자가진단 문항을 통해 적절한 유통 등급도 제시받을 수 있다. 웹소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제시한 기준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 내부 가이드를 통해 등급을 정하게 된다.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등 플랫폼들의 자체적인 노력도 이어진다. 웹툰자율규제위원회가 제시하는 ‘웹툰 연령 등급 자가진단표’를 바탕으로 사내 규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등급을 부여한다. 최종 판단은 플랫폼과 작가가 함께하지만, ‘적절한’ 등급을 부여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웹소설도 마찬가지로 플랫폼마다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간행물 윤리 위원회 심의 기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등을 바탕으로 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논란’ 작품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자극적인 복수극으로 호불호를 야기한 웹툰 ‘장난감’부터 ‘집단 강간’ 묘사로 SNS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웹툰 ‘본즈’ 등 최근 작품들만 들여다봐도 일부 표현에 대해 ‘지나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에 ‘자율적’으로 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응도 없지 않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창작의 한 분야인 웹툰이나 웹소설에 ‘강제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은 오히려 ‘구시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부대학교 엔터테인먼트학전공 류규하 교수는 “웹툰의 전신인 만화의 역사를 본다면 국가에 의한 검열로 인하여 표현의 자유가 크게 침해받은 역사가 있다”며 “국가는 개입하지 않고 웹툰 업체가 협의체를 만들어서 규정을 정하는 자율규제의 방식이 유일한 대안이다. 2017년부터 웹툰 자율규제위원회가 활동하고 있으며 민원이 들어오면 자율규제위원회가 검토하고 이를 플랫폼에 전달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규제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기보다는, 기준을 더욱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 간혹 생기는 ‘구멍’을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류 교수는 “민원이 들어온다고 플랫폼이 임의로 수정하거나 작가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크게 침해할 수 있다”며 “플랫폼 자체적으로도 각 연령별 규정을 만들고 이를 공개해 구독자와 작가에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투명하고 명문화된 표현의 기준을 규제위원회 및 플랫폼에서 먼저 제시한다면 작가도 어느 정도 이에 맞추어서 창작활동을 할 것”이라며 “이러한 기준은 구독자들에게도 공개하여 플랫폼의 규칙에 대한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투명성을 강조했다.
다만 방대하게 쏟아지는 작품들을 특정 주체들이 모두 꼼꼼하게 살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에 독자들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웹소설 작가는 “무조건 선정적으로 표현하는 시대는 지났다. 선을 넘으면 바로 댓글을 통해 지적이 이어진다”고 언급하면서 “일부 인기 키워드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서 바로잡아가는 과정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류 교수 또한 “지금은 혐오표현에 있어서도 많은 민원이 발생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독자의 기준도 달라지기 마련”이라며 “변화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자율규제위원회가 잘 파악하고 플랫폼에게 빠른 피드백을 주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