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비난한 트럼프…러시아축구 국제무대 복귀 촉매제?

러시아 축구가 국제 무대에 복귀할 수 있을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러시아의 국제 스포츠 복귀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거론되고 있다고 미국스포츠 전문 매체 디에슬레틱이 24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선거 없는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모든 러시아 클럽과 국가대표팀 국제 대회 참가를 금지했다. 당시 FIFA와 UEFA는 “축구는 연대와 평화의 상징이 되어야 하며, 우크라이나 상황이 나아지길 바란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러시아의 국제 대회 출전을 무기한 정지했다.

이후 러시아 대표팀과 클럽들은 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 예선, 월드컵 예선 등 모든 국제 대회에서 제외됐다. 러시아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에도 참가하지 못했으며, UEFA는 현재까지도 러시아의 복귀 여부에 대한 논의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UEFA 내부에서 러시아 축구 복귀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UEFA 국별협회 디렉터 조란 라코비치는 최근 러시아축구협회(RFU) 총회에서 “스포츠는 사람들을 단합시켜야 한다.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며 “러시아 스포츠가 2025년에는 유럽 무대로 돌아오길 바란다. 러시아가 유럽 무대에서 다시 경쟁하는 장면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차기 회장 후보 세바스찬 코(현 세계육상연맹 회장)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평화 협정이 체결된다면 러시아의 복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디애슬레틱은 “다만 UEFA는 아직 공식적으로 러시아의 복귀를 논의한 적이 없다”며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강경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축구협회(FA) 데비 휴잇 회장은 지난해 “우리가 전쟁이 지속되는 한 러시아와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변함없다”며 러시아의 복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축구협회(RFU)는 2022년 이후 UEFA 대신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12월 RFU 내부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UEFA 잔류를 결정하면서, AFC로의 이동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2026년 월드컵 출전 가능성은 지금 현재로서는 사실상 제로다. 만일 러시아가 국제 대회로 복귀한다면 가장 현실적인 대회는 202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8)다. 유로 2028은 영국(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과 아일랜드가 공동 개최하며, 예선은 2027년 3월부터 시작된다.

러시아의 국제 스포츠 복귀 논의가 시작되면서, 러시아 자본이 다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유럽 축구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영국 정부는 러시아 출신 신흥 재벌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며, 첼시 구단주였던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을 매각하도록 강제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는 러시아 출신 선수도 없으며, 러시아 리그와의 공식적인 이적 거래도 중단된 상태다. 프리미어리그는 2022년 러시아 방송사 ‘매치 TV’와 6년 중계권 계약을 중단한 상태다. 현재 러시아 개인 투자자가 프리미어리그 구단을 인수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제재 대상이 된 인물은 영국 정부의 승인을 받을 수 없다. 디애슬레틱은 “영국 정부의 제재 조치가 유지되는 한, 러시아 자본이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매체는 “러시아의 국제 대회 복귀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유럽 축구계 정치적 입장이 핵심 변수”라며 “UEFA 내부에서도 복귀 찬성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주요 축구 강국들은 여전히 반대 입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