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미숙아 2만4000명, 세돌까지 검진 필요한데 예산은 年5억뿐

2024-09-26

 지난 25일 오전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 지난 20일 태어난 국내 첫 자연임신 다섯쌍둥이가 이곳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아기가 뉘어진 인큐베이터는 여러 대의 모니터와 각종 의료기기, 수액 줄로 둘러싸여 있었다. 인큐베이터 속 아기는 어른 팔뚝 정도 크기에 아기 새처럼 여린 모습이었다. 임신 26주 6일 만에 세상 빛을 본 ‘오둥이’는 첫째 남아 969g, 둘째 남아 888g, 셋째 남아 953g, 넷째 여아 736g, 다섯째 여아 781g으로 태어났다. 다섯 아이 모두 1kg 미만의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에 해당한다. 아기들은 출생 직후부터 24시간 NICU 의료진의 손길을 받고 있다. 자그마하게 태어났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첫째, 둘째, 셋째는 닷새 만에 기계 호흡을 뗐다. 좀 더 작게 태어난 넷째, 다섯째도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다. 베테랑 전담 간호사들이 세심하게 한 방울씩 수유하고, 장이 잘 견디는지 수시로 가스를 확인해가며 뱃구레를 키워간다. NICU실장을 맡은 윤영아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초반 3일, 7일이 큰 고비라 지난 주말에도 NICU팀 모두가 살얼음판을 걷는 긴장한 채 아이들을 돌봤다”라고 전했다. 윤 교수는 “앞으로 최소 3개월은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라며 “건강하게 엄마ㆍ아빠 품에 안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출생아 10명 중 1명은 오둥이처럼 미숙아(임신 기간 37주 미만)로 태어난다. 2022년 기준 2만4273명에 달한다. 저출산 추세에 따라 출생아 수는 급감했지만, 미숙아 출산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신ㆍ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난임 시술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본다. 1995년 전체 출생아의 2.54%에 불과했던 미숙아는 2022년에는 9.74%로 급증했다. 의학 기술 발전으로 미숙아 생존율도 높아졌다. 대한신생아학회에 따르면 1990~1994년 1.5kg 이하 출생아의 생존율은 51.3%, 1kg 미만 출생아의 경우 26%에 그쳤다. 현재(2022년)는 각각 89.9%, 79.6%로 뛰어올랐다.

미숙아는 성장과 신경발달의 고위험군이다. 김이경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난 19일 국회 토론회에서 “일정 기간 전문가의 의학적 질환, 신체성장, 신경발달 관련 추적 진료가 필요하다”라며 “특히 임신나이 32주 미만 또는 1.5kg 미만 출생 미숙아는 고위험 미숙아로 지속관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숙아 생존율은 크게 늘었지만, 이들을 건강하게 성장시키기 위한 국가적 지원은 병원 문을 나서면서 사실상 끊어진다. 미숙아에 대한 지원이 입원 중 진료비 지원에만 집중돼 있어서다.

윤영아 교수는 “발달지연 등이 있을 때 일찍 알아내서 일찍 개입할수록 결과가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0세~6세까지 총 8회 주기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도록 하는 영유아 건강검진 제도가 있지만, 미숙아와는 맞지 않는다. 동네 의원은 미숙아에 대한 진료 경험이 부족하고 다학제 진료도 어렵다.

A 씨는 지난해 임신 28주 만에 조산했다. 1.5kg으로 태어난 아들은 3개월가량의 병원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퇴원했지만, 만삭아보다는 성장이 6개월가량 더뎠다. A 씨는 얼마 전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안내문을 받고 동네 소아과를 찾았다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그는 “애가 너무 작은데 엄마가 뭘 한 거냐는 핀잔을 들었다”라며 “미숙아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같은 개월 수 아이들이랑 성장을 비교한 뒤에 한 말이었다”라고 말했다.

미국ㆍ영국ㆍ대만 등 해외에선 미숙아에 대해 최소 만 3세까지 주치의가 주기적으로 검진하고 상태에 따라 치료나 재활을 연계하고 있다. 국내에선 2021년 ‘미숙아 지속관리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3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현재는 서울 등 6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NICU를 퇴원한 미숙아에게 전문 인력(간호사)을 배정해 건강상담ㆍ영아발달 추적관리 등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한다. 정기검진을 건너뛰지 않도록 부모의 참여를 독려하고, 조기 진단을 위한 검사를 하고 필요한 경우 소아재활의학과, 소아안과 등으로 연계해 빠른 치료를 한다.

세돌 된 쌍둥이 남매를 기르는 B 씨는 “지속관리 덕분에 둘째 아이의 망막증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숙아를 기르며 두려울 때가 많았는데, 전문 간호사-주치의 상담을 수시로 받을 수 있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일부 지역 미숙아들에게만 이런 서비스가 이뤄진다. 그나마도 한 해 예산은 5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전문 간호사 인건비가 전부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신생아 전담의가 미숙아 검진을 할 때 보통 20~30분씩 보는데 수가도 따로 없다. 병원 입장에선 진료 볼수록 마이너스인 셈이라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은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역에 사는 취약계층 자녀일수록 배제될 우려가 크다”라며 “한명의 아이라도 더 건강하게 키워내기 위해 미숙아 지속관리 서비스의 전국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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