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여신 상아와 우주선 창어

2025-02-09

상아분월(嫦娥奔月)이란 말이 있다. 전설 속 상아가 달나라로 간다는 뜻으로 하늘을 날고픈 중국인의 꿈이 담겼다. 그 꿈을 실현하는 게 2004년 시작된 ‘상아 프로젝트’다. 중국의 달 탐사선 상아 1호, 즉 중국어로 창어 1호가 2007년 발사됐고 2013년엔 창어 3호가 달 앞면 착륙에 성공했다. 2019년엔 창어 4호가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앉았다.

이제까지 지구와 달 뒷면의 직접 통신이 불가능했던 문제를 통신 중계위성인 췌차오(鵲橋, 오작교)를 올려 해결했기 때문이다. 2020년엔 창어 5호가 1731g의 달 앞면 토양 샘플을 챙겨 귀환했고 지난해 6월엔 창어 6호가 세계 최초로 달 뒷면의 토양 1935g 채취에 성공했다. 새해 초 중국은 2026년엔 창어 7호를 보내 달에서의 물과 얼음 흔적 찾기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눈여겨볼 건 중국이 달 토양을 매력 외교 발산에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인류의 달 토양 채취는 미국의 아폴로 프로젝트 6회, 구소련의 루나 프로젝트 3회, 중국의 창어 프로젝트 2회 등 총 380kg에 달한다. 달 토양을 선물로 주기 시작한 건 미국이 처음이다. 1978년 브레진스키 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의 방중 때 중국 정부에 달 토양 샘플 1g을 선물했다.

한데 입장이 바뀌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달 토양을 요청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 항공우주국은 중국에 달 토양 샘플 임대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중국은 “모두가 아는 원인 때문”이라며 둘러댔다. 기술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중의 불편한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읽힌다. 반면 중국은 마음에 드는 국가엔 달 토양 선물을 아끼지 않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2년과 2023년 각기 중국을 찾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달 토양 샘플 1.5g을 선물했다. 마크롱에 선사한 건 현재 파리 자연사박물관에 보관돼 프랑스와 중국 간 우호의 상징이 되고 있다. 중국은 과거 중국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특사로 판다를 활용하곤 했다. 판다 외교다. 그러나 이제 중국과의 친소 여부는 중국으로부터 달 샘플을 받느냐 아니냐로 가려지게 됐다.

판다 외교에 이은 중국 달님 외교의 탄생이다. 모레는 음력 정월 대보름이다. 그 둥근 달을 보며 이젠 달의 여신 상아가 아닌 우주선 창어를 떠올리는 시대가 됐다. 중국 우주굴기의 한 결과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또 하나의 전설을 잃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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