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헌의 심우도] ‘이재명’ ‘조갑제’ 이름자 발음

2025-07-21

이재명 대통령과 보수(保守) 원로 조갑제 기자가 만났다. 방송에서 두 분 이름의 발음을 주의 깊게 들었다. 저 이름자(字)를, 비슷한 사례의 다른 말처럼, 우리는 잘못 발음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재명’의 ‘재’와 ‘조갑제’의 ‘제’를, 왜 거의 모두가 똑같이 읽는 것이냐, 다른 두 글자의 소릿값(음가 音價)이 어찌 같은가, 이런 얘기다. 차이가 있다면 어떻게 구분되어야 하지?

사소하다고 덮어둘 일일까. 크든 작든 ‘차이’는 (모든 분야에서) 본질을 가리키는(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차이를 설명 못하는 언어는 치졸하다. 그래서 덕(德)을 담기는 어렵다.

방송의 일부 아나운서나 기자, 유명한 ‘말쟁이’들이 ‘ㅐ’와 ‘ㅔ’를 같은 소리, 대개 ‘ㅔ’로 발음한다. 소위 전문가들이 그럴진대 일반 시민들 사정은 어떨까?

지인인 어떤 박사님께 물어보니 대뜸 “한국말 너무 어려워요.” 꽁무니 뺀다. 더 물으니 모르겠단다. 머쓱해 하면서 ‘요즘 다들 그렇게 말하지 않나요?’ 반문했다.

도시 이름 대구(大邱)와 제주(濟州)를 읽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바르게 발음했다. ‘아하, 이런 차이가 있군요.’ 하며 스스로 놀라는 표정이었다.

‘이재명’과 ‘조갑제’도 그렇게 (그런 차이에 맞춰) 발음하면 되지 않을까, 필자의 생각이었다. (한국어 발음의) 이론으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 국립국어원의 문답(問答) 서비스인 온라인가나다에 이런 취지(趣旨)로 물었다.

- 대구와 제주의 ‘ㅐ’와 ‘ㅔ’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영어 캐트(cat 고양이) 발음기호가 [kæt] 베드(bed 침대)가 [bed]인데, [æ]와 [e]처럼 한국어는 그 차이를 어떻게 설명하지요?

대답이 왔다. 글(자)의 일점(一點) 일획(一劃)에 뜻 없는 게 어디 있으랴, 그 차이를 함께 공부하자는 생각에서 졸가리를 싣는다.

- 모음 'ㅐ'와 'ㅔ'는 둘 다 전설모음이자 평순모음입니다. 둘의 차이는 'ㅐ'는 저모음, 'ㅔ'는 중모음이라는 점입니다. 저모음은 입을 크게 벌리고 혀의 위치를 가장 낮추어서 발음하는 모음이며, 중모음은 입을 보통으로 열고 혀의 높이를 중간으로 하여 발음하는 모음입니다...

하여간 그 둘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저 답변을 더 풀어보자.

전설모음(前舌母音)은 입천장의 중간을 기준으로 혀의 최고점이 앞쪽에 있을 때 소리 나는, ‘ㅣ ㅟ ㅔ ㅚ ㅐ'같은 모음이다. 평순(平脣)모음은 발음할 때 입술이 비교적 평평하게 되는 모음으로 단모음 중 평순모음은 'ㅣ ㅔ ㅐ ㅡ ㅓ ㅏ'다.

‘저(低)모음’은 입이 크게 열리고 혀의 위치가 낮은 상태에서 발음되는 ‘ㅐ ㅏ’같은 모음, 중(中)모음은 입이 고모음 때보다 조금 열려서 혀의 위치가 중간인 'ㅔ ㅚ ㅓ ㅗ’같은 모음이다. 고(高)모음은 혀가 가장 높은 위치에서 발음되는 ‘ㅣ ㅟ ㅡ ㅜ’같은 모음이다.

이론은 어렵고 헷갈린다. 그러나 우리는 [대구]와 [제:주], [재산](財産)과 [제:왕](帝王)의 발음 차이와 같이, 어떤 경우에는 ‘재’와 ‘제’를 은연중 구분해서 쓴다. 국어원의 저 이론은 그 근거로 삼을만하다. 장단음(長短音)도 그 차이 중 하나다. [æ]와 [e] 발음기호와도 비슷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조갑제:] 기자처럼, 차이를 또렷이 하여 불러야 옳으리. 대통령 이름을 [이제:명]으로 (들리도록) 발음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말의 ㅐ와 ㅔ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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