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젓줄인 한강을 누비며 시민의 출퇴근 편의를 높이고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한강 버스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물 위에 진수됐다.
서울시는 경남 사천시 은성중공업 인근 바다에서 ‘한강버스 안전운항 기원 진수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오세훈 시장과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한강버스 운영 사업자인 ㈜한강버스 관계자, 류동근 한국해양대 총장, 박동식 사천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진수식을 가진 선박은 내년까지 도입 예정인 한강버스 8척 가운데 1호격인 ‘누리’다. 진수식은 아기의 탯줄을 자르는 것처럼 선박의 탄생을 알리는 진수선(선박과 연결된 줄) 절단식과 안전 항해를 기원하는 ‘샴페인 브레이킹’ 순으로 이뤄졌다. 진수선 절단은 전통에 따라 여성인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맡았다. 행사 후 누리호는 크레인에서 내려와 바다 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인근 은성중공업 공장에는 2호 한강버스인 ‘가람’이 한창 건조중이었다. 한강버스는 쌍동선(선체가 2개인 배) 형태로 건조됐다. 속도감 있게 운항하면서 항주파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잠수교를 통과할 수 있도록 높이는 낮게 제작됐다. 이 때문에 배가 다소 납작한 모양으로 보였다. 외관 디자인은 일출, 낙조 등 다양한 한강의 색과 빛을 투영할 수 있도록 흰색 바탕에 파란색을 그러데이션과 함께 표현했다. 내부는 한강의 풍광과 야경을 만끽할 수 있도록 파노라마 통창을 사용했으며, 선내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한 식음료를 구입해 섭취할 수 있도록 199개의 의자와 개인 테이블이 마련됐다. 선박 앞뒤에는 자전거 거치대와 4개의 휠체어석도 구비됐다.
한강버스는 디젤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로 추진하는 하이브리드 선박이다. 이 때문에 배터리 화재에 대비히 화재 징후를 감지할 수 있는 가스 센터와 과충전 방지, 배터리셀 연쇄 폭발 방지, 열폭주 시 가스 분사 소화, 유사시 배터리 함체 침수 등 4중 안전장치도 갖췄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추진체 시스템의 95% 이상을 국산화해 부품 수급 지연 및 과도한 수리 비용 발생 등의 문제점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2척의 선박은 사천 바다에서 해상시험과 시운전 등 검증을 거친뒤 다음달 말 한강으로 인도된다. 이후 시범운항을 거쳐 내년 3월 정식 운항에 들어간다. 나머지 선박 6척과 추가 예비 선박 4척도 순차적으로 인도된다.
오 시장은 이날 진수식 인사말에서 “한강에서의 수상교통 시대가 드디어 개막하는구나 하는 벅찬 감동을 자제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강버스를 둘러싼 세간이 비판과 우려를 의식한 듯 “직원들의 고생이 너무 많았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감정에 복받쳐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한강버스는 한강에 단순히 배 몇 척이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 없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출현”이라며 “한강을 바라보며 모닝커피의 여유와 함께 출근하는 경험, 자전거를 타고 선박을 이용하는 경험, 막힘없이 한강을 속도감 있게 가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험은 입소문을 타고, 서울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서울의 대표 상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강버스의 성공 여부는 내년 3월 정식 운항 이후 시민들이 출퇴근길에 얼마나 이용하느냐에 좌우될 전망이다. 결국 선착장으로의 접근성과 한강버스의 속도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접근성 강화를 위해 지하철역에서 선착장까지 도보 5분 이내 접근 가능한 여의도·옥수·뚝섬 3개 선착장에 대해 보행로 정비와 안내표지판 설치 등 접근로 주변 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하철역과의 연계가 부족한 마곡·망원·잠원·잠실 4개 선착장은 버스노선을 신설·조정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한강 리버버스 연간 탑승객이 2025년 80만명에서 2030년 25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