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IF는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요리 학교(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다.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주에 있는 유서 깊은 성(사진)의 별관에 본교가 자리 잡았다. ICIF는 1991년 개교 이래 세계 수십 개국에서 온 유학생 약 5000명을 이탈리아 요리 셰프로 양성해냈다고 홍보한다. 이 중 한국인은 1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세계인의 미각을 사로잡은 음식 한류를 더 깊고 넓게 확산하는 방안이 있다. 이탈리아의 ICIF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외국인 대상 한식 요리학교를 개설·운영하는 것이다. 명칭은 이를테면 ‘외국인을 위한 한식 학교(KCIF, Kore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가 될 수 있다. KCIF에서 배운 이탈리아인 로베르토며, 영국인 제임스, 미국인 톰은 저마다 토리노와 케임브리지, 시카고에 돌아가 한식당을 낼 것이다.
한식 요리사가 되고자 하는 외국 젊은이의 수요에 응하자는 아이디어는 세계적인 요리학교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서도 나왔다. 제안자는 CIA 뉴욕 본교의 양종집 교수. 지난 9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 교수는 “미식업계를 이끌 세계의 젊은 세대에 한식 문화의 DNA를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CIA 학위 과정에 한식을 추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국 요리학교의 한식 과정이 KCIF의 ‘정통 과정’과 함께 K쿠킹의 허브가 되기를 기대한다.
프랑스 요리학교 르코르동블루를 비롯해 CIA, ICIF는 본교 외에 세계 여러 주요 도시에서 분교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요리학교처럼 한식 요리학교도 일자리를 상당히 창출하면서 유학 수지를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다.
ICIF에서 배우고 돌아온 박찬일 셰프는 동해 피문어를 곁들인 라비올리 같은 메뉴로 화제를 모았다. 언젠가 KCIF 출신 페르디난도가 세비야에서 스페인풍 갈비찜으로 성가를 날리지 않을까.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